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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검사

맑은 바람 2012. 3. 23. 21:23

 

종로구청에서 매달 발행하는 <종로사랑>에 글이 게재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종로사랑>이 배포되자 구기동에 사는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잘 읽었다고, 열심히 글 쓰며 사는 모습 부럽다고-

얼마 후, 귀에 선 목소리의 전화- 종로구 치매예방센터에서 온 전화다.

글 덕분에 홍보도 되서 직원들 모두 기뻐한다고-

 

한편의 글로 여러 날 행복했다.

 

                  

<치매검사>

종로구 치매지원센터에서 남편 앞으로 <치매조기검진> 안내서가 날아왔다.

98세 시아버지가 지금 치매환자로 사시고 남편도 최근에 일련의 행동들이 심상치 않아(?) 내심 걱정을 하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어서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니까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얼마 후 내 앞으로도 무료 치매 검진 서비스 안내장이 날아왔다. 잘됐다 싶어 같이 가자며 인근에 있는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으로 갔다.

소극장에는 안내원 및 검사요원 3명이 파견 나와 있었다. 잠시 대기하는 동안 주소 및 연령, 학력 등 기초조사를 한다. 검사 동의서에 사인까지 하고 대기한다. 남편이 먼저 불려나가고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앞쪽에서 검사를 받는 노인이 귀가 잘 안 들리는지 큰소리로 대답을 하니까 검사요원은 질문내용이 새어나갈까 봐 조그만 소리로 말하라고 계속 주의를 준다.

내 차례가 왔다. 처음엔 대답하기도 쑥스러운 질문을 하더니 점점 질문의 강도가 높아져(?) 조금 긴장됐다. 대답을 척척 잘 하신다는 칭찬을 들으며 끝까지 착한 학생처럼 대답을 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만점 맞으셨네요.”

밖에서 기다리는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은 몇 점이래?”

, 그건 모르겠구, 하나만 더 틀리면 재검사 대상자가 된다나?”

전혀 기억할 필요조차 없는 것들을 물어서 틀렸다고 궁시렁거린다.

 

문명의 利器가 치매환자를 量産한다.

현대인의 생활은 이제 기억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전화번호나 약속은 수첩이나 휴대폰에 기록하고, 거리에 나가면 네비 양이 길 안내를 척척하니 지도가 필요 없고 길치도 없다. 물건을 사도 현금 대신 카드를 사용하니 암산이 필요 없고, 병원 예약 날짜는 해당 일에 문자가 오고--

 

20년 후면 두 사람 중의 하나는 암이거나 치매 환자가 될 거란다.

끔찍한 것은 물론 치매다. 본인만 모르는 채 주위 사람들 모두를 고통스럽게 하는 고약한 병-

헬렌 니어링 부부처럼 문명의 이기를 멀리하고 원시의 자연에 묻혀 살아야 할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