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결혼>

 

 

최근에 혼자된 몸이던 남자동창 둘이 새 장가를 들었다.

한 사람은 국내에서, 또 한 사람은 멀리 시카고에서.

 

국내에 사는 동창은 지난해 육십 넘은 나이로 처녀장가를 들어 어느새 일 년이 지났다.

얼마 전 그 동창이, 결혼 일 주년 기념 모임을 갖고자 하니 나와 달라고 식사에 초대했다.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결혼식 때의 사회자, 주례, 결혼을 적극 독려한 이, 그리고 안팎으로

도와준 이들이었다. 한 차례 덕담이 오가고 사회를 보았던 친구가 신랑(?)에게 물었다.

 

‘결혼하니까 무엇이 제일 좋더냐’고-

원래 수줍음이 많던 친구는 씨익 웃더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방탄복을 입은 것 같애. 전에는 가슴이 허전하고 늘 뭔가 불안했었는데, 이제는 든든하고 매사에

자신감이 생기더군”

그러고 보니 동창모임에서 보면 전보다 말도 많이 하고 잘 웃고 활기가 있어 보였다.

아내 되는 이한테 또 물었다.

“결혼 전에는 오빠 같앴는데 이제는 아버지 같이 든든해요.”

힘든 점은 없냐니까, 가족들과 적응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여자들은 젊으나 늙으나 한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시집을 가는 거니 어쩔 수 없나 보다.

 

또 한 사람은 아내 될 사람이 시카고에 있어 그리로 장가들러 간 것이다. 그쪽 상황은 또 달라,

둘만 잘살면 되는 그런 조건이다. 더구나 그 둘은 중고등학교 동기동창이다. 학교 때 서로 어느

정도 아는 사이였는지는 몰라도 동창 카페를 통해 서로 의 근황을 익히 아는 사이고 또 글을 통해

서로의 성격과 관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잘 알고 있는 처지여서 쉽게(?) 서로를 받아들인 듯하다.

시카고의 여자 동창은 말한다.

“우렁각시를 얻은 것 같다.”고.

때가 때인지라 바깥 날씨가 추우면 추울수록 그들이 뒤늦게 일구어낸 사랑의 불은 활활 타오를 것이다.

 

모임에서 돌아오니 학교 때 단짝이었던 친구에게서 메일이 왔다.

며칠 후에 라스베가스에 갈 예정인데 손위 시누이를 만나 함께 유명한 쇼도 보고 놀다 올 거라고.

그 친구는 나이 오십 줄에 들어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거기서 지금의 남편과 인연을 맺었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성실하고 여자를 아껴줄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하며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재혼한 지 벌써 10여 년이 되었으나 젊은이들처럼 큰소리 내지 않고 잘들 살고 있다. 시가에서는

외톨이였던 동생을 거두어준 내 친구를 무척 소중하게 여겨 잘 대해준다는 것이다.

손위 시누이는 자기 동생한테 늘 말하더란다.

'그저 아내한테 잘해라. 니가 아내 공경하고 살아야한다'고.

 

사별이든 이혼이든 아니면 노처녀였든지 나이 오십을 넘겨 결혼을 결심하는 일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나이 덕에 조금은 지혜로워져서 매사에 욕심 덜 부리고 참을 줄 알고 분수를 알아

덤비지 않으니 서로가 배려하게 되고 젊어서보다 덜 힘들게 살 수 있다.

자의든 타의든 홀로된 노년은 외롭고 두렵고 막막하다. 요사이 늘어나는 <황혼 결혼>은 참으로 바람직한 노후대책이 아닌가 한다. (2011.1.7)

 

***월간 <공무원 연금> 2월호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