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애물단지

맑은 바람 2012. 8. 1. 00:20

지난 22일 홈쇼핑에서 물건 하나를 주문했다.

광고대로라면 올여름 갈증해결사로 그만한 물건이 없을 듯해서 늦저녁 TV 앞에 앉았다가 즉흥적으로

구매를 한 것이다. 연일 기온은 34도를 오르내리고 남편은 물건이 왜 사흘이나 지났는데 오지 않느냐고

採根한다.

은근히 몸이 달기 시작한다.

이거 사기 당한 거 아냐?“

그런데 주문할 때 TV화면에 떴던 전화번호도, 정확한 상품명도 확실하게 떠오르지 않으니 어디다가

전화를 해 본담?

, 휴대폰 결재를 했으니 SKT에다 물어보면 되겠구나.’

창피스럽지만, 노인이라 그렇겠거니 이해될 줄 믿고, 정확한 상품명과 회사이름을 좀 가르쳐달라고 했다.

 

다음날 홈쇼핑 회사에다 전화를 하니, ‘오늘 출고했으니까 내일이나 모레 받게 되실 거라고 한다.

그들의 말대로 이튿날 물건이 도착했다.

외출했다 돌아오니 남편이 픽 웃으며,

잘 안 돼, 사기야!” 한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그럴 리가 있어? 흔들기만 하면 얼음이 만들어지던데--”

사용법을 읽어가며 내가 직접 해보았다. 얼음은커녕 물도 차가와지지 않는다.

며칠을 부엌 선반 위에서 천대받고 올라앉아 있는 그 물건을 볼 때마다 부아가 치민다.

에이, 外食 한 번 했다 치지, ~“

전부터 그랬다. 큰돈 들어가지 않은 소소한 물건들은 사놓고 맘에 들지 않으면 방치했다가 어느 날

재활용 물건들과 함께 내놓곤 했다.

 

소소한 낭비가 언제부턴가 맘에 걸리기 시작했다.

, 일주일이 안 됐으니까 반품신청을 해볼까?’

기특한 생각이라도 떠오른 양 의기양양하게 상품 회사로 전화를 한다.

최대한 부드러운 말로 상품 반납의도를 얘기하니

물건이 광고에서처럼 잘 되지 않으신다니 반품처리 해 드리겠습니다.“하고 휴대폰 결제 취소까지

해주었다.

, 이제는 정말 상도덕이 제대로 정착되었구나.’하고 흐믓해 하며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그런데 3분이나 지났을까 말까 한데 전화가 왔다.

조금 아까 반품하시려고 한 건 구매 취소가 안 되는데요? 상품을 뜯기 전이라면 반품이 되는데

일단 뜯으셨기 때문에 곤란합니다.”

이보세요, 상품을 뜯었으니까 잘못된 물건인지 알았지, 뜯어보지도 않고 반품하는 경우가 어딨습니까?”

갑자기 꼭지가 돌아서 냅다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런 응대에 익숙했는지 저쪽에서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계속한다.

, 담당자께서 다시 전화드릴 겁니다.”

이렇게 주고받은 전화가 어제 11-

답답한 건 사람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없는 점이다. 매번 나는 자동응답기에다 대고 열심히 떠들었다.

 

달리 바쁜 일도 없는데 오늘은 끝장을 봐야지-

940분 전화- 역시 자동응답기가 나와서 응대를 한다. 접수되었으니 연락 주겠다고.

곧바로 또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사람 목소리가 나왔다.

똑같은 질문을 한다. ‘왜 반품하시려고 하느냐

어제 여러 차례 얘기한 걸 또 말해야 하느냐고 신경질 섞인 소리로 말했더니,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꼭 전화 드리겠다고 한다.

어제도 그렇게 말해놓곤 하루 종일 감감무소식이었어요, 실례지만 지금 전화 받으신 분 이름 좀

말씀해 주세요.” 이름을 적어뒀다.

 

그런 후 이제는 안 되겠다 싶어, 114에 물어서 <한국소비자상담센터>로 전화를 했다.

피차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은 상태이고 오히려 내 쪽에서 하소연하는 처지이니 차분하게

사정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상담자는 친절하게 이야기를 다 듣고 필요한 인적사항을 묻고는

다시 전화드릴 테니 기다리시라고 했다.

편안한 상대한테 속사정을 털어놓은 듯해서 마음이 홀가분했다.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휴대폰에 문자가 떴다.

홈쇼핑!! 반품 요청 카드 취소 요청되어 7일 이후 카드사 확인 가능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상품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구매 취소해 드렸으니 물품은 택배 회사에서 방문하거든 돌려주시라고-

 

나는 快哉를 부르며 상담센터로 전화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한국소비자상담센터: 국번 없이 1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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