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음식은 금세 상하기 쉬워 찬거리만 미리 준비해 놓았다가 아침 일찍 일어나 몇 가지 음식을 마련했다.
현미잡곡밥, 홍합미역국, 오징어오이무침, 참치전, 고추볶음, 고등어조림, 열무물김치--
옛날 같으면 흰쌀밥에, 고기 미역국에 불고기 상추가 있어야 생일상 같았는데
이제는 흰쌀밥은 독이라고 안 먹고, 고기는 비만의 주범이라고 멀리하고 하니 무얼 해 주어야 할지
난감해서 며칠 전 본인에게 물어봤더니 민어매운탕도 그만두고 ‘엄마표 고등어조림’이나 해 달란다.
조촐한 생일상을 준비해 놓고 기다렸으나 아이들에게서 감감 무소식-
문자를 띄웠다. 답이 없다. 다시 전화를 했다. 두 놈 다 받지 않는다.
조금 뒤 강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후 1시경에나 오겠다고.
오늘 새벽 3시부터 런던올림픽 축구 경기가 있어 새벽잠을 설친 게 분명하다.
이번 축구가 또 얼마나 사람들을 흥분시켰나? 드디어 4강에 들었으니--
오후 1시, 아이들이 들어온다.
이상하게(?) 두 녀석만 나타나면 사람들 표정이 환해지면서 집안에 갑자기 생기가 돈다.
사람뿐인가?
금강이는 그 큰 등치로 넘어뜨릴 듯이 강이에게 달려들고
두리는 숨이 넘어갈 듯이 자지러지며 꼬리를 흔든다.
반가운지 아닌지 도무지 표정이 없이 쿨한 나비만이 베란다에 벌러덩 누운 채로 멀거니
난리굿을 바라본다.
로사가 사온 케익으로 해피버스 데이를 부르고 함께 점심을 먹는다.
저녁은 냉면을 먹기로 했다.
미리 육수를 풀어 냉동실에 넣어놓은 후 달걀을 삶고 오이를 채치고 토마토도 썰어 놓고 맨나종
면을 4분간 삶는다.
로사가 해본 경험이 없을 것 같아 자연스럽게 옆에서 돕게 하며 가르쳐줬다.
원래 며늘아기 자세가 긍정적이고 유쾌한 성격이어서 함께 일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다.
역시 완성된 냉면을 앞에 놓고는 ‘맛있겠다, 맛있다!’하며 잘도 먹는다.
사람이 만난다는 건 함께 먹거리를 나누는 일이다.
음식을 나누고 과일을 먹고 茶를 마시고--
그래서 음식솜씨가 좋거나 음식 만드는 일을 즐기는 사람은 福 중에 福을 타고난 것이다.
한 사람으로 인해 주위의 많은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으니 말이다.
로사야, 강이야!
늬들은 서로를 위해 한두 가지씩 좋은 음식 만드는 법을 차근차근 배워서 맛있는 음식을 사이에 두고
보다 은근하고 감미로운 만남의 순간순간을 즐기며 살기 바란다.(20120805)
보름밤에 펼쳐진 <여수엑스포> 빅오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