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녀온 사천여행에서 가장 마음을 끄는 건
<조명연합군 전몰 위령비명(朝明聯合軍戰歿慰靈碑銘)>이다.
‘새삼 덧없어라’로 시작되는 글이 예사롭지 않아 기다란 비문을 몇 토막으로 찍어 문장을 맞추었다.
누가 이토록 절절한 글을 토해냈을까?
'비를 세운 이들'의 이름은 있는데 '글쓴이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인터넷을 뒤져보아 글쓴이 이름을 알아냈다.
설창수(1916-1998) 언론인, 시인.
1951년 경남일보 주필을 지냈고 군정시절에 반체제 인사로 핍박을 받았다.
첫 인상이 얼핏 백기완선생의 풍모를 지닌 듯하여 어떤 기개를 느끼게 한다.
근처 흥사리에 고려 때 만든 매향비각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는데 이곳 선진리에도 새천년에 매향비를 세웠나보다.
(퍼온 자료)
매향의식은 왜구침략 등에 시달리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
불교가 중심이 되어 고려 말~ 조선 초에 행해진 의식이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개펄에 향나무를 묻어 놓으면
미륵이 도래할 때쯤 떠올라 그 향기를 낸다.
그것을 침향이라고 하는데 돌처럼 딱딱하고 검으며
불에 태우면 향기가 매우 진하게 난다고 한다.
<사천 조명군총(泗川 朝明 軍塚)>
1598년 10월 1일 임진왜란이 끝날 무렵 이곳 선진리 왜성(倭城)의 일본군 기습으로
조선 명나라 군사가 크게 패하여 무덤이 산을 이룰 정도였다.
코와 귀가 잘려나간 시신들의 머리만 묻힌 채 약 400년 간 방치되었던 것을
1983년 이곳 지역민이 중심이 되어 정비하고 위령비를 세워 해마다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일충문>
<선진각>
뒤로 <조명군총:조선과 명나라 군사들의 무덤>이 보인다
<조명연합군전몰위령비>
1983년 11월 뜻있는 분들의 힘으로 건립된 위령비
朝明聯合軍戰歿慰靈碑
새삼 덧없어라
시간이란 無始終의 바람결이여
그 수레바퀴에 실려가 버린 累累한 靑史의 책장 밖에서
민들레꽃 솜털인 듯 떠돌이 구름다운 無主怨魂들이 九天 어디메 오갈 곳 없음인들 무릇 얼마리오
저기 唐兵沼와 泗南花田의 兵屯 자리 및 왯골 왯등 따위로 이름 남았고 이 일대 船津新城 터는 1597년 丁酉再侵 후 12월 22일에 준공시킨 倭將 島津義弘이 十여 달이나 차지했던 자취로서 어언 近四百年의 春風秋雨 동안 이곳 船津里의 俗稱 댕강 무데기 아래 無言의 흙이 된 援軍明兵과 護國戰歿의 사연들을 되살펴 보려는다
壬癸兩亂으로 이 땅 南北江山 위 朝野民生을 짓밟았던 敵魁豊臣秀吉의 무엄한 島夷들이 講和三年 교섭의 결렬에 이어 丁酉年에 재침 北進하려다가 朝明聯合軍에 꺾여 船津新城 안에 농성하였기 翌九八年 戊戌九月 스무날부터 明中路軍董一元과 우리 鄭起龍軍이 사납게 쳐 몰아 이 望晉 永春 昆陽寨를 차례로 빼앗고 泗川邑城의 적도 크게 무찔렀다.
마침내 시월 첫날엔 선진 倭賊을 다그쳤으나 背水陣의 敵計에 역습당하여 憤死한 我軍 一萬 내외의 首級이 여기 당병 무덤에 적의 손으로 장사됐다.
慶尙右兵使 鄭起龍軍 二千二百과 提督董一元 三萬六千 설도 있지만 茅國器先鋒七千五百과 左右翼 각 四千이면 萬五千五百의 實戰主力과 敵數 약 八千의 대결인데 我軍陣中의 兵庫에서 발생한 火難에다 董제독의 戰略이 輕敵의 虛를 범한 후평마저 있었다. 기승한 凶敵은 冬至달 열여드렛날 兵船 五百척으로 泗川선창을 떠나더니 康州海를 거쳐 노량나루에 이르매 서둘러 麗水서 달려온 三道水軍統制使 李舜臣의 연합군과 海戰史上에 不朽할 노량대해전을 치렀다. 이튿날 未明의 觀音浦에서 이통제사가 殉國한 격전 끝에 敗殘船 겨우 五十여 척을 이끌고 魂飛한 적 島津이 도망치자 猫島西편으로 패적장 小西行長 또한 탈주함으로써 惡夢 七年의 壬亂 싸움이 船津浦를 마지막으로 雪辱의 幕을 내린 셈이다.
日本의 古都京都에 侵寇들의 戰功貢物로서 묻혀있던 耳塚에서 今年九月 韓日 有志들이 慰靈의 享祀를 가졌다거니와 王政 한때의 內憂가 千秋의 外患을 自招한 功罪야 여부간에 疆土의 北半天地는 아직 잠겨 있는 채 우리들 民主共和祖國을 세운지라 이제 鄕民의 微衷을 모아 먼먼 이역 땅에 不歸의 恨客으로 남은 明代盟邦民의 굳은 戰友愛를 기리며 삼가 朝明聯合軍靈들의 冥福을 비는도다.
어즈버 聖雄忠武公의 戰傷독전과 두 척의 거북철선까지 神出鬼沒턴 성난 船津 앞바다는 그분들을 鎭魂하여 길이 고요하라.
1983년 12월 4일 파성 설창수 글 은초 정명수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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