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의 교양소설 <토지>의 무대로 가본다.
최서희가 허구적 인물이듯이 이곳도 어디까지나 소설의 배경을 조성해 놓은 것일 뿐이다.
그러나 이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우리들은 잠시 착각의 즐거움에 빠진다.
멀리 지리산 자락이 펼쳐진 곳에 섬진강이 흐르고 평사리 들판이 보인다.
소작인 마을
염소가 매에매에 하며 아는 체를 한다
토끼들도 심심하던 차에 반갑다고 폴짝폴짝 뛰며 좋아한다.
아랫녘 소작인들이 사는 초가집들 위로 아흔아홉 칸 양반집이 번듯하게 자리잡고 있다.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국새 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살았다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의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아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최참판댁에서 바라보이는 평사리 들판과 굽이 도는 섬진강
설명 안 듣고 어디 보슈?
사랑채에서 글 읽는 최참판 대감
남자들의 공간 사랑채
사랑채의 누마루가 제일 맘에 든다
명예참판께서 주련의 글씨를 풀이해 주신다
岳陽洞天(악양동천)
-유호인
一掬歸心天盡頭(일국귀심천진두)
한가닥 돌아가고 싶은 마음 하늘에 닿았는데
岳陽無處不淸幽(악양무처불청유)
악양은 맑고 그윽하지 않은 곳이 없구나.
杜谷林塘春日遠(두곡임당춘일원)
두견새 우는 골짜기 숲의 못은 봄 기운에 멀고
輞川煙雨暮山浮(망천연우모산부)
굽이도는 섬진강 안개비 속에 저문 산이 떴구나
雲泉歷歷編供興(운천역역편공흥)
구름은 뚜렷이 흥취를 돋우나
軒冕悠悠惹起愁(헌면유유야기수)
동헌의 사부(士夫)는 넌지시 수심이 이네.
經筵每被催三接(경연매피최삼접)
글 자리에서 자꾸만 재촉 받으니
睾負亭前月滿舟(고부정전월만주)
고부정 앞 달이 배에 가득하더라
고방열쇠 내주고 사랑채 내준 큰어른들이 거처하는 뒤채-화초나 가꾸고 사시라고--
안채 뒤 뜨락- 채송화, 봉선화가 피었을 법도 하건만--
안채와 통하는 별당
최서희가 살았던 별당의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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