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마도/ 김연수 여행 산문집
<론리 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에 2013년 3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연재되었던 58편의 여행산문을 모은 책.
뷔페식당에 들어간 기분. 요것조것 맛있는 요리도 있고 그저 그런 요리도--
모든 유명인들은 유명세를 낸 만큼 대단한 글을 써내지는 않는다.
장마다 꼴뚜기냐? 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는 가장 순수한 여행의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여행지에서 나와 같은 인간을 만날 때, 언젠가 아마도 낯선 내가 누군가를 만나리라는 것”
풍경과 유적지가 아니라 그 속에 살았거나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참여행이라고
그래서 이 책은 여행지와 관련된 수필인데도 여행 사진은 한 장도 없이 삽화만 넣었나 보다.
재밌는 글 중 몇 편은 다음과 같다.
**<단독여행>
중국조선족 자치주의 주도인 옌지에 갔을 때 단독여행자의 고단한 시간들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홀로 있을 때야말로 여행지의 모든 것들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꼼꼼히 살필 수 있는 묘미가 있기는 하지만-- 단독여행자의 고단함이 보상을 받는 순간이기도 하다.
**<외로움도 너의 것이야> 외국 나가서 혼자 글 쓴다는 일:
석 달 동안 소설을 쓰기 위해 독일 바이에른 주의 소도시 밤베르크에 갔으나 상점이 일찍 문을 닫거나 휴일에는 아예 아무 곳에서도 아무 것도 살 수 없어 허겁지겁했던 시간들의 기록. 전업주부의 비애를 맛보며 1L짜리 와인 리슬링에 취해 지내던 이야기가 실감난다.
**<이게 청춘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태국 끄라비 해변마을 아오낭에서 스쿠터를 타고 담배연기를 뿜으며 온종일 돌아다녔던 일- 청춘이 틀림없이 지나간 나이임에도 그 순간은 청춘이었다고 기억하는 마음.
*재미난 표현:p.64
-낮의 아오낭은 지쳐 잠든 애완동물 같았는데, 밤의 아오낭은 야행성동물처럼 눈을 반짝였다.
(같다,처럼 을 쓰지 않는 것이 더 고급스런 표현이라는데--)
**<이코노미석에 앉아 조종사의 눈으로>독서의 매력:
영국항공의 선임부기장으로 보잉 747기를 책임진 조종사가 쓴 <비행의 발견>이라는 책에 심취해서 지루한 비행시간을 거뜬히 보내고 남들이 바라보는 세계를 이해할 때 느끼는 자유로움을 만끽한 글
**<순천만에서 바다의 대답을 듣다>이 글은 그 자체가 선문선답
**<멸종위기에 놓인 ‘낯선 사람’>우리가 한시도 몸에서 떼어놓지 못하는 스마트폰- 객지에서그걸 잃었을 때 우리는 순간에 에트랑제가 된다. 인간은 스스로에게 먹히기 전까지는 멸종하지 않는다. 다만 알지 못할뿐.
**<안중근의 손가락이 내게 들려준 말>조직은 인간을 난쟁이로 만든다. 고독은 우리의 성장판이다.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해야 할 일을 할 때 인간은 자기보다 더 큰 존재가 된다.
**<카프카의 불 피우는 기술>너는 언제 한 번이라도 길에서 우는 아이를 위해 불을 피워 보았는가? 카프카에게 그런 멋진 일화가 있었다니--
**<여기는 어디이고 나는 누구인가?>그는 국내건 해외건 낯선 곳에서 걷고 또 걷는다. 그 오랜 걷기 끝에 나무그늘에서 쉬다보면 여기는 어디이고~ 라는 질문이 나온다. 그것이 여행의 목적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리스본의 밤에 듣는 파두의 매력> 서민적인 식당이 많아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는 리스본, 거기에 나이든 이들이 구성지게 부르는 파두는 또한 얼마나 심금을 울릴까? 또 한 군데 가고싶은 여행지가 생겼다.
모든 책의 위력:
그들은 약간 거만스럽다
뭔가 달라보인다
너희들, 이 정도로 쓸 수 있겠어?
그러나 기죽지 마라
옷이 날개거든!
(2019.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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