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영화 ·강연 이야기/책

삼등여행기 하야시 후미코 지음/안은미 옮김

맑은 바람 2019. 7. 12. 00:38


작가소개:

하야시 후미코(1903.12.31.~1951.6.28) 향년 49

1903년 후쿠오카현 모지 출생

1918년 오노미치 시립고등여학교 입학

도서관에서 수많은 책을 읽으며 작가의 꿈을 키움

1926년 화가 지망생 데즈카 마사하루와 결혼

19335삼등여행기출간

1937년 마이니치신문 특파원으로 상하이, 난징 여행

1941방랑기가 판매 금지 당함

1948년 제 3회 여류문학자상 수상

1950주부의 친구특파원

1951년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뒤 심장마비로 사망

 

-도쿄에서 파리까지(1931114일 출발~1123일 도착, 20일간 육로로

삼등열차를 타고)

도쿄-고베-시모노세키-창춘(12)-하얼빈(13)-하이라일-만저우리역-아르쿠츠크--노보시비르스크(16)-옴스크(18)-모스크바(20일 오후 9)-민스크-네고레로에(세관이 가장 엄중)-스토비츠(폴란드국경) 동화의 나라 같은 인상-바르사바 역-베를린 슈레디트 정거장(2210)-베를린역-프리드리히정거장-쾰른-파리 북역(1123)

 

-마르세유에서 고베까지(1932513~615일 해상으로, 34일간 )

마르세유항(5/13)-나폴리(5/15)-포트사이드(5/19)-콜롬보-싱가포르(6/4)-홍콩(6/9)-상하이(6/12)-고베(6/15)

 

---------

-p.51 푸시킨 광장의 상점들이 텅 빈 채 있는 걸 보고:

내 눈에 들어온 러시아는 일본에서 알던 러시아와 크게 달랐다.

일본의 무산자들이 연모하는 러시아가 이런 곳이었던가! 일본의 노동자 농민은 도대체 러시아의 무엇을 동경하고 있는 걸까요?

(체게바라가 볼리비아의 산 속에서 동지들을 잃고 죽어갈 때, 김영하가 베이징 대학 기숙사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 여전히불가능한 꿈을 꾸자고 생각했을까?)

 

-p.53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인종:

런던까지 가보고 난 뒤에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인종은 러시아인입니다.

역시 제일 좋아하는 풍경은 러시아의 시골입니다.(내가 코카서스 3국을 여행할 때 하야시 후미코와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p.66-73도쿄에서 파리까지의 가계부

*부산 도착, 짐꾼 품삯-40

*추풍령에서 차 한 잔 7

*경성에서 일본 도시락 35

(그녀는 1110-11일 이틀을 한국을 경유했을 텐데 가계부에 한두 도시가 언급되고 별다른 언급이 없는 점이 궁금하다.)

 

파리생활:

p.81 걷기: 이제는 지하철이나 자동차도 타지 않고 마냥 걷습니다. 지금은 걷는 일이 제일 행복하고 걷는 것 외에는 안정감을 느낄 수 없습니다.(두 다리로 어디든 마음껏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릎이 아파 마음대로 걸을 수 없게 된 지금에서야 걸을 수 있는 축복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절감한다.)

 

p.92 장보기: 일껏 양파를 사러가서는 채소장수의 늠름한 얼굴을 보자마자 쩔쩔매다가 양파를 감자로 잘못 말하는 일은 한두 번이 아니었고 계량을 틀려 양파를 1엔어치나 사들고 오는 일도 있었습니다.(꼭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어~)

 

p.104 카페: 파리카페는 참 멋집니다. 더욱이 번화한 거리 뒤편 작은 카페라면 분위기는 더없이 한적하면서도 커피 한잔이 1프랑 20상팀. 뭐가 맛있을 소냐 해도 파리의 커피만큼 맛있는 것도 없습니다. 나는 아침마다 작은 카페에 크루아상 한 개를 갖고 들어가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끼니를 때웠습니다.(나는 베트남 G7커피에 버터 한 조각 넣고 MCT 오일 한 스푼 넣고 믹스하여 아침마다 마시는 방탄커피가 후미코의 파리 커피 못지않게 맛있다고 생각한다.)

 

p.111~112 파리와 도쿄의 부엌: 일본여인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부엌에서 줄곧 일합니다. 그에 반해 파리여인들은 주말을 제외하면 늘 집에서 식사하지만 아침은 커피나 우유와 빵으로 때운 뒤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공원에서 뜨개질이나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저녁엔 근처식당에서 밥을 먹고 다같이 음악을 들으러 가거나 거리를 산책합니다.(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에서 주부들이 부엌에서 해방되는 이야기를 읽으며 그곳이야말로 진정한 유토피아이겠다 했고, 헬렌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에서는 주부가 부엌에 얽매임 없이 간편한 식사를 하고 남은 시간에 음악을 듣거나 산책을 하고 독서를 하며 여유로운 삶을 사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한것과 같은 경우다.)

 

p.118-119 전당포 신세: 가진 것 없이 출발한 후미코는 기모노 3장에 50프랑을 받고 굶주림을 면한다.


p.124 파리의 군밤장수: (1930년대 파리엔 군밤장수도 있었다. 어쩐지 파리와 안 어울릴 것 같은~)


p.133 목욕탕과 미용실에 가는 일은 파리생활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


p.140-141 키스하는 사람들: 파리만큼 키스가 많은 도시는 없습니다. 파리는 혼자 공원을 어슬렁어슬렁 걷고 있으면 이쪽이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져버릴 정도입니다.

경찰이 단속하기는커녕 그조차 슬렁슬렁 돌아다니다 채소가게 여종업원과 키스하는 판국입니다.(그때로부터 8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젊은 아이들은 아무데에서나 아무때나 포옹하고 키스하고, 거리낌이 없습니다. 참 좋은 세상입니다.)

 

p.143 나홀로 런던여행


p.154 금시계를 10실링에 팔다

그녀는 런던에서 한 달을 살았지만 특별히 감명 받은 것이 없는 듯싶다.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 몽모랑 시와 퐁텐블로 숲, 바르비종을 돌고 마르세유 항으로 간다.

 

p.218-219 여행의 매력: 물질적으로 사치스러운 여행을 한 번도 해본적은 없지만 여행 경험만은 제법 풍부해 그 추억은 내 생애에 걸쳐 가장 부귀한 것입니다.

나는 사람에게 지치고 세정에 질리면 여행을 떠올립니다. 나에게는 여행을 가서 객지의 허망속에서 있는 그대로를 찾아내는 즐거움이야말로 그리운 천국이기에 여행벽은 점점 심해집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도 이젠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여행만이 내 영혼의 휴식처가 되어가는 듯합니다.(바로 내 얘기!)


하야시 후미코가 3등 열차라도 타고 일본을 떠나고 싶어 하던 때는 일본 내 경제 사정이 최악에 달해 온 국민이 해외로 눈을 돌릴 무렵이었다.

1923년 관동 대지진 여파로 국내경제가 파산지경에 이르러 여성노동자들이 댄스홀과 카페 종사자로 적극 나서는 바로 그 시기였다. 1929년 현재 여급이 5만에 이르렀다 한다.

군사적으로는 관동군이 중국군을 이겨 만주 땅이 일본의 손에 들어와 있어서 기차로의 여행도 그리 어렵지 않았으리라. 여건상 우리나라의 평범한 여성이라면 당시에 꿈이나 꿀 수 있었을까?

우리가 지금 자유로이 국경을 넘나들며 세계 각지로 여행 다닐 수 있는 건 국력이 그만큼 신장되었다는 이야기니 이 시대를 살 수 있음에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요새 옛사람 여행 따라하기가 유행이라는데 나도 후미코의 여행 따라하기를 한번 해볼까?

갈 때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럽까지 갔다가 귀로는 마르세이유항에서 크루즈로 인천항으로 들어오는 여행 말이다.(2019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