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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친절한 복희씨

맑은 바람 2008. 9. 9. 23:53

 

친절한 복희씨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다(‘그리움을 위하여‘에서)-

 

***언젠가 목디스크 수술로 병원에 입원한 이미화선생한테 이 책을 선물하고

나는 이순원선생이 자원봉사로 근무하는 용산초등학교 도서실에서 이 책을 어렵사리 구해 읽었다.

어렵사리라는 말을 쓴 까닭은 이 책을 빌리러 정독도서관까지 갔다가 허탕을 쳤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박완서는 이야기꾼이다 하는 생각을 거듭 확인했다.

단숨에 읽히고 재미있고 공감이 가고--

어쩌면 그렇게 콕 꼬집어서 속 시원히 말해 버릴까 감탄하게도 하며--

그러나 글귀를 되씹거나 줄치고 싶은 부분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자전적 요소가 많은 ‘그 남자네 집’의 배경이 되는 돈암동 성북경찰서 부근 성당은 바로 우리 동네에서

지척에 있다. 한번 답사해 보고 싶다. 선선한 날에.

 

‘마흔 아홉 살’이나 ‘대범한 밥상’은,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많이 남의 겉만 보고 찧고 까부르고 해왔나,

그것도 짐짓 선함을 가장한 악의를 품고 정작 당사자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필연이

있었음을 조금도 헤아리지 못한 채로 그들에게 깊은 상처마저 입히며 우리들은 속물근성을 드러낸다. 

 

‘그래도 해피앤드’는 늙어가면서도 자신의 늙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할머니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서 웃음을 자아낸다.

 

9편의 작품 거의가 주인공이 장노년의 여성들이며 작가 또한 70후반의 여성으로,

자잘한 일상을 넘어서는

지혜와 여유를 보여 덜 치열하고 덜 가슴이 아프다.

 

**작가의 말-

"나는 사는 일에 어지간히 진력이 난 것 같다.

그러나 이 짓이라도 안하면 이 지루한 일상을 어찌 견디랴. 웃을 일이 없어서 내가 나를 웃기려고 쓴 것들이 대부분이다."

 

얼마나 살면 ‘사는 일에 진력이 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기사 누구에게나 시시때때로 사는 일에 진력이 나는 일이 반복되긴 하지만--

그러나 ‘이 짓이라도 안하면’에서

나는 ‘무슨 짓을 하며’

더 이상 아무도 날 필요로 하지 않는 노년의 일상을 살아낼까?

하고 자문해 본다.

 

 2008.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