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서울

와룡공원의 봄

맑은 바람 2009. 4. 4. 20:55

 

 오후 세시, 따가운 봄볕이 수그러드는 시각,  서울 성곽을 따라 와룡공원으로

들어선다. 입구부터 매화 향기가 마중을 나온다. 나무 계단을 하나하나 밟으며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개나리가 도열하고 홍매화가 아직은 빨간 입술을 꼭 다물고 때를 기다린다. 

 꽃마중 나온 매화와 개나리

 

 

 홍매화1

 

 홍매화2

 

 가파른 돌계단을 두 차례 더 올라야 꼭대기 정자에 닿는다.

발 아래 성균관대학과 창경궁 그리고 남산타워와 서울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풍수 지리적으로 龍의 꼬리에 해당하는 곳이라는 말도 있다.

조선시대에 왕이 거주하는 경복궁은 龍의 머리에 해당하고

이에 대비되는 臣權의 상징인 성균관을 龍의 꼬리에 해당하는

이 근처에 위치시켜 왕권과 신권의 조화를 이루게 했다나?

풍수지리상 이 부근은 학교터로 적당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성균관대학교를 비롯해서 서울과학고, 국제중학교, 경신중고등학교가

다 지척에 있다.

 

 북악산으로 이어지는 서울성곽

 

 잘 가꾼 공원을 벗어나 발길을 돌려 <말바위 쉼터> 쪽으로 난 산속으로 접어들면 공기부터

다르다. 여기저기 고목 위에 새들이 둥지를 틀고 산은 온통 개나리와 진달래 천지다.

공중에 흩어져 떠있는 듯 보이는 진달래가 소나무와 잘 조화되어 연신 탄성을 자아낸다.

이 봄 산에 들지 않고서야 어찌 진달래를 얘기할 수 있겠는가?

키 큰 나무들이 잎을 내기 전에 부지런히 자신의 삶을 살다가 불과 열흘이면 시야에서 사라질

봄꽃들의 짧고 화려한 운명을 생각하니 덧없이 사라진 연예인들의 이름들이 뇌리에

명멸한다.

 

 소나무와 잘 어울리는 진달래

 

 개나리 계곡

 

 가끔은 뿌리에 걸리기도

 

 공원길1

 

 공원길2

 

 공원길3

 

 공원길4

 

 공원과 산속을 한 바퀴 돌아 나오면 한 시간 반이 소요된다. 집을 나설 때는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어 오싹거리다가도 활기차게 공원을 한 바퀴 돌아 나오면 온몸에 피가 새로

돌아 생기가 난다. 몸이 가볍다. 발아래 명륜동 산동네가 들어온다. 멀리 학교 건물도

보이고- 나는 학창시절 곧잘 암송하던 김광균의 ‘언덕’을 읊조리며 발을 옮긴다.

 

 

 발 아래 학교와 동네 지붕이 내려다보이고-

 

 저기 교회 부근에 우리집도 보이네~

 

                   심심할 때면 날 저무는 언덕에 올라

                  어두워 오는 하늘을 향해 나발을 불었다.

 

                   발밑에는 자옥한 안개 속에

                   학교의 지붕이 내려다보이고

                   동네 앞에 서 있는 고목 위엔

                   저녁 까치들이 짖고 있었다.

 

 

                  저녁별이 하나 둘 늘어 갈 때면

                  우리들은 나발을 어깨에 메고

                  휘파람 불며 언덕을 내려왔다

 

                                             2009. 4. 4 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