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하고 포근한 봄날, 약간은 다리가 얼얼할 정도로 걸어 알맞게 피곤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이름도 없던 와룡공원, 숙정문이 갑자기 매스컴을 타는 바람에 손동작이 빠르지 못한 우리들은
그만 전화예약이 늦어져 숙정문 코스를 포기했다.
대신 성북동의 유서 깊은 세 곳-<최순우 옛집>, 이태준 살던 집 <壽硯山房>, 그리고 만해 한용운의
북향집 <尋牛莊>을 탐방하고, 60년대 연탄가게가 아직도 있는 성북동 산동네를 한 바퀴 돌아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매화 벚꽃이 한꺼번에 다투어 피어나는 꽃구름 속, 臥龍공원을 걸었다.
감사원 길을 따라 三淸공원으로 넘어가 또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삼청동의 몀물 <임정순 할매의
꽁보리밥집>으로 향했다. 동동주에 도토리묵, 녹두빈대떡 안주를 곁들이고 놋그릇에 담긴 꽁보리밥에
강된장 고추장 우거지된장찌개를 푹푹 퍼 넣고 썩썩 비벼 몹시도 허기진 배를 채웠다.
식사를 마치고 삼청동 길을 걸어 나오다가 촛불장식이 아름다운 <갤러리 현>에 들러
와인 한 잔씩 나누고 이내 헤어지기 아쉬운 친구들은 정독 도서관 길을 따라 인사동까지 걸었다.
세월을 잊은 듯한 얼굴들로 한데 얼려 다니며 喜喜樂樂하는 모습이 주책없어 보인다고
속으로 나무라거나 혀를 끌끌 차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耳順'의 나이이므로
아랑곳하지 않았다.
최순우 옛집1
최순우 옛집2
수연산방1
수연산방2
심우장1
심우장2
와룡공원길
2007. 4. 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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