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계단 노을계단
<쌍다리>에서 오랜만에 보신탕을 맛있게 먹고 서울성곽 바깥 성북동 산동네를 다시 올라
참 아름다운 광경을 보았다.
마을버스 종점 바로 아래 매우 가파른 계단이 길게 이어져 있었는데, 그 내려가는 계단 입구에
A4 용지 크기의 판자에 기저귀가 펄럭이는 그림과 함께 ‘바람계단’이라는 계단이름을 명명해
놓았다.
누구일까?
이렇게 이름 지어 그곳에 달아 놓은 이는?
글씨체로 미루어 어느 노인의 솜씨 같다.
시인이 뭔지도 모르고 살아가지만,
시인보다 더 시를 사는 사람-
조금 아래쪽으로 발을 옮기니 이번엔 와룡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노을을 바라보며
남녀가 어깨동무를 하고 나란히 앉아 있는 그림이 있다. ‘노을계단’이라고 써 있었다.
노을 녘에 꼭 그 자리에 와서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그림이다.
아직 골목 안 연탄가게에는 연탄 수백 장이 쌓여 있고, 빨래 널 베란다가 없어 골목길에
빨랫줄을 매고 속곳도 내어 말리는 동네지만, 이집 저집 쪽문 앞엔 베추니아, 수선화들이
방싯방싯 웃고 있는 동네-
그 동네가 머잖아 재개발 될 예정이란다.
옛것은 낡고 못 쓸 것이라고 미련 없이 부숴버리고 새것으로 바꿔버리는, 이 무지스런 힘이
바로 현대의 힘인가?
저 아름다운 그림도 언젠가는 무지막지한 손에 거침없이 뜯어져 내동댕이쳐질까 몰라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본다.
계단번호가 적혀있는 노을계단
그림이 있는 계단
걷고 싶은 와룡공원길1
걷고 싶은 와룡공원길2
걷고 싶은 와룡공원길3
걷고 싶은 와룡공원길4
걷고 싶은 와룡공원길5
소원탑에 돌멩이 하나~
걷고 싶은 와룡공원길6
걷고 싶은 와룡공원길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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