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에 모임 약속 확인을 하고 출발 준비를 하는데 전화가 왔다. 두 사람이 펑크를 내는 바람에
오늘 약속은 없었던 걸로 하자고-- 이럴 때 ‘벙쪘다’고 하나?
일단 나가기로 맘먹었는데 꿩 대신 닭이 되든지 꿩보다 더 좋은 칠면조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이 화창한 봄날을 방속에만 있을 거냐며 일단 집을 나섰다. 시간 되는 사람끼리라도 어디든 가자고 했다. 실은
출발하기 전에 갈 데를 염두에 두고 간단히 약도까지 들고 나섰다. 그러나 네비게이션을 작동할 줄
몰라 한참 헤매다가 주유소 젊은 친구의 도움을 받아 입력을 하고 방향을 잡았으나 낯선 길에서 잠시잠깐 네비양의 지시를 어기곤 하는 바람에 가다가 유턴하고 또 가다가 유턴하고-- 슬슬 짜증이 나면서
진땀이 났다. “아니 날씨는 왜 이리 덥다냐?” 애꿎은 날씨를 탓했다.
동석한 후배가 마침내 입을 연다.
“선배님 기냥 의왕 쪽으로 가서 점심이나 먹지요?”
‘아휴, 나 혼자 같았으면 하루 종일이 걸리더라도 목적지로 가고야 말았을 텐데--’
방향을 틀어 청계산 자락에서 점심을 먹고 청계사에 올랐다.
계곡 물이 맑아 ‘淸溪寺’건만 오랜 가뭄에다 온산의 생명들이 물을 빨아들여 계곡의 물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다만 연두빛 싹들이 가지마다 솟아올라 온산이 연초록바다다.
청계산은 여러 차례 올랐지만 청계사에 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절의 규모가 다른 이름난 절에 비해그리 크지는 않지만 선종의 대표 사찰이었다는 기록을 보면 꽤 비중이 있는 절이었던 모양이다.
통일신라시대 때 창건했다지만 그 후 고려 때 중창하고 극락보전은 조선시대에 다시 지어졌다는 내력이 청계사 사적비에 적혀 있다. 현재의 모습은 1955년 이후 역대 주지 스님들의 중수로 이루어진 것이라 한다. <극락보전>의 화려한 단청이 돋보이고 앞뜰에 자리 잡은 <감로지>가 무척 큰 걸로 보아 한때 이곳에 살던 승려의 수가 상당했던 것 같다.
초파일을 앞두고 연등을 달아놓아 절 마당이 온통 축제분위기다.
절을 둘러본 후 바람 잔잔하고 전망 좋은 나무 아래 자리를 펴고 앉아 얘기보따리 한바탕 풀어놓고
실없는 소리 실실거려가며 깔깔 웃고 나니 마음 가벼워지고 가슴이 후련했다.
오늘은, 칠면조일까 닭일까?
매화도 벚꽃도 아닌 것이--
너는 딸기꽃?
산당화, 만개한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부처님도 화려한 걸 좋아하시나 보다.
감로지에 물은 바닥이 보이고-- 우물 곁에 웬 소화기?
나도 어머니 생각하며 불전함에 공양하고 두번 절했다
모두 떠난 뒤에 홀로 남아~
산벚꽃이 한창-
네 이름은 무엇이길래 이리 고운가?
전망 좋은 곳
바람 잔잔한 데 앉아 시간을 낚다
2009. 4. 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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