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충청도

구드래 나루에 가거든

맑은 바람 2009. 4. 13. 00:19

 

 -봄눈이 슬며시 찾아와 겨울의 끝자락을 잡고 있지만 아래 녘을 돌아다니다 보니

봄은 벌써 여기저기 제 체취를 느끼게 합니다. 가볍게 일상에서 벗어나 남녘에서

하룻밤 묵고 오기 좋은 곳으로 잠시 이른 봄바람 좀 피워보세나!-

 

 평일, 서울에서 10시쯤 출발하니 12시반경에 부여에 도착하게 된다.

구드래(백제의 옛명칭)공원 바로 앞에 소문난 ‘구드래쌈밥집’에서 점심을 먹고

야외조각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한때 교과서에 <어머니>라는 시가 실리기도 했고

문공부장관을 지낸 적이 있는 정한모시인의 시비를 만나고, 갖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조각품들을 본다.

 

 '새'가 새겨진 정한모시인의 시비

 

 

 구드래 조각공원

 

 공원 바로 앞 구드래나루에서 유람선을 타면 백마강을 한 바퀴 돌면서 현지주민선장(파파노인)이

친절하게 가이드를 하고 분우구 봐서 뽕짝도 거저 틀어주고 고란사 부근에 잠시 배를댄다.

그러면 쉬엄쉬엄 부소산을 올라 고란사를 만나고 뒤로 돌아가, 한번 마시면 3년씩 젊어진다는 고란사

약수를 세 모금 마시고 낙화암에 올라가 덧없이 사라진 삼천궁녀 생각을 잠시한다.

그리고 백제대교 부근에 쓸쓸히 서있는 <금강><껍데기는 가라>의 시인 신동엽의 시비를 만나도 좋고

안 만나도 그만이고..

 

 저녁에 우리를 초대한 분이 살고 있는 논산으로 갔다.

‘삼오식당’이 유명하다고 해서 그리로 갔는데 일반 살림집을 식당 겸용으로 쓰고 있어

쬐께 민망도 한데 홍어회와 청국장, 털게장이 별미였다.

숙소는 논산 제일(?)의 ‘레이크 힐’인데 창문을 여니 드넓은 호수와 그 너머 갈대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문자 그대로 힐하우스였다. 새 호텔이라 청결하고 세련된 면도 있고

특실엔 거품 목욕 욕조도 있다.

 

 <레이크 힐>에서 밤호수를 바라보다

 

 다음날 일찍 강경으로 이동, 역시 강경 인근 사람들이 주로 찾아든다는 ‘명복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우어회 무침이 별미라는데 난생 처음 들어보고 먹어본 생선이다.

생긴 건 강화도 밴댕이 비슷하고 맛도 뭐 그 정도--식후엔 대규모로 조성된 강경젓갈시장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물 좋은 조개젓, 새우젓, 멍게젓도 좀 사고--

 

 강경에서 익산 쪽으로 시 경계를 넘으면 ‘나바위 성지’가 있는데 김대건이 한국인으로

첫사제가 되어 상륙한 곳으로, 언덕 위에 그를 기념하는 성당이 자리잡고 있다.

앞부분은 서양식 뽀족탑, 성당 본체는 기와집으로 1906년에 세워진 것이다.

성당문은 꼭 잠겨 있데~

 

 한때 시를 함께 공부하던 사람들--(가운데가 스승님)

 

 논산을 떠나기 전 논산공설운동장 뒤 공원에 '고향의 시인' 박용래의 시비가 봄눈을 맞고

있는 모습도 잠시 눈여겨 보고,

공주로 이동해서 무령왕릉과 공주박물관을 둘러보고 점심 후에는 마곡사에도 올라보았다.

 

 박용래의'겨울밤' 앞에서(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마늘 밭에 눈은 쌓이리~)

 

  빼곡한 일정이었지만 한바탕 돌고 나니 온몸에 생기가 돌고 활기가 생긴다.

이래서 나는 여행을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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