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배생각
- 안상학
뻔질나게 돌아다니며
외박을 밥 먹듯 하던 젊은 날
어쩌다 집에 가면
씻어도 씻어도 가시지 않는
아배 발고랑내 나는 밥상머리에 앉아
저녁을 먹는 중에도 아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니, 오늘 외박하나?
-아뇨, 오늘은 집에서 잘 건데요.
-그케, 니가 집에서 자는게 외박 아이라?
집을 자주 비우던 내가
어느 노을 좋은 저녁에 또 집을 나서자
퇴근길에 마주친 아배는
자전거를 한발로 받쳐 선채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야야, 어디 가노?
-예.....바람 좀 쐬려고요.
-왜, 집에는 바람이 안 불다?
그런 아배도 오래전에 집을 나서
저기 가신 뒤로는 감감 무소식이다.
*** '저기 가신 뒤로는 감감 무소식이다. '가 가슴에 사무칩니다.
그렇게 살다 가시는 건데--
왜 좀더 고분고분하게,
왜 좀더 따뜻하게,
왜 좀더 함께하지 못했을까 하며
뉘우친들 도리가 없다.
아버지, 어머니
못나고 어리석은 이 딸년을
용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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