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너도 나도 꽃 한 송이 피워보자고 평생을 거는 거 아니겠니? 꽃나무 흐드러지는 봄날에도 홀로 침묵하는 저 목백일홍, 배롱나무여, 한바탕 꽃들이 피었다 사라지면 네 홀로 백일을 피었다 지고 피었다 지고 짱짱한 여름 해와 맞설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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