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방/피정과 말씀

구상 문학관- 혼자 떠나는 여행 3

맑은 바람 2009. 5. 27. 12:00

 

일요일 오후라 표가 일찌감치 매진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늦은 시각에 귀경하는 표를 끊어놓아

잠시 혼란스러웠으나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내가 언제 또 왜관을 오겠는가.

이왕 온 거 어디 가 볼 만한 데가 없는가 했더니 두 군데를 일러준다.

<구상문학관>과 경북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라는 <가실성당>을 한 번 가 보라고.

 

<베네딕도 피정의 집>을 뒤로하고 가까이에 있는 <구상 문학관>을 향했다.

이 문학관을 보기 위해 이 奧地(?) 왜관까지 올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어, 오지랖 넓게도 그것이

걱정 됐다. 자신은, 현대문학사에 한자리하신, 꽤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고 카톨릭 신앙이 두터운

분의 시를 한 편도 읽은 게 없다는 데 대해 부끄럽고도 미안하게 생각하는 처지임에도--.

 

 그러나 문학관을 한 바퀴 돌면서 영사실에서 그의 자취를 돌아보니 그의 널리 암송되는 시 한편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왜관역 앞 공원 비슷한 곳에 시비 하나가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꽃자리’라는, 단순하면서도 속 깊은 내용의 시--

 외관이 참 볼품 없다!

 

 널리 애송되는 시

 

 그래, 나도 그 '꽃자리'로 돌아가는 거다

 

                          

 

꽃자리

구상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