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라 표가 일찌감치 매진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늦은 시각에 귀경하는 표를 끊어놓아
잠시 혼란스러웠으나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내가 언제 또 왜관을 오겠는가.
이왕 온 거 어디 가 볼 만한 데가 없는가 했더니 두 군데를 일러준다.
<구상문학관>과 경북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라는 <가실성당>을 한 번 가 보라고.
<베네딕도 피정의 집>을 뒤로하고 가까이에 있는 <구상 문학관>을 향했다.
이 문학관을 보기 위해 이 奧地(?) 왜관까지 올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어, 오지랖 넓게도 그것이
걱정 됐다. 자신은, 현대문학사에 한자리하신, 꽤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고 카톨릭 신앙이 두터운
분의 시를 한 편도 읽은 게 없다는 데 대해 부끄럽고도 미안하게 생각하는 처지임에도--.
그러나 문학관을 한 바퀴 돌면서 영사실에서 그의 자취를 돌아보니 그의 널리 암송되는 시 한편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왜관역 앞 공원 비슷한 곳에 시비 하나가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꽃자리’라는, 단순하면서도 속 깊은 내용의 시--
외관이 참 볼품 없다!
널리 애송되는 시
그래, 나도 그 '꽃자리'로 돌아가는 거다
꽃자리
구상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카타리나방 > 피정과 말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리내 성지 (0) | 2009.06.05 |
---|---|
십자가의 길(가실성당)-혼자 떠나는 여행 3 (0) | 2009.05.27 |
왜관 베네딕도 피정의 집-혼자 떠나는 여행 3 (0) | 2009.05.27 |
피아골 피정의 집-혼자 떠나는 여행 2- (0) | 2009.04.25 |
교만에 대하여 (0) | 2009.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