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헤이리 아트 밸리>-황인용의 <카메라타>

맑은 바람 2009. 6. 30. 23:23

 

 출근길에 방송을 통해 며칠 전 돌아가신 금호그룹 전회장 -한국의 메디치로 불리는, 박정구님 이야기를 듣고 참으로 ‘멋진 사람’이로구나 생각했다.

 

 나도 지난 금요일 그런 멋진 사람들과 함께하러 통일로를 씽씽 달렸다.

 임진강을 끼고 자유로를 따라 도착한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 인근 <헤이리 아트 밸리>.

‘예술인들이 꿈꾸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9인의 고양회 멤버들이 늦은 저녁 7시경 도착한 곳이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건만 정회장은 오늘의 스케줄 프린트를 한 장씩 나눠주면서 문닫기 전에

우선 들러야 할 곳이 있다며 우람한 목재 조형물 안으로 들어갔다.

한길사가 운영하는 <북하우스>-

 '로마인이야기', '나의문화유산답사기', '혼불' 등 참 좋은 책을 많이 냈구나 하며 3층까지 둘러보았다.

건물안 한 켠엔 좀 음식값이 비싸 보이는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한번 저 자리에 앉아 봐야겠는데 싶을 정도로 ‘분우구’만점

 

 건물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어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두 번째 목적지로 이동-

 <카메라타 음악 감상실> 문을 여는 순간 높고 널찍한 홀 안에 귀를 서늘하게 하는 음악이 울리고

있었다. 전면 시멘트 벽에 2 미터 가까이 되는 대형 스피커가 다섯 개가 부착되어 있었고 거기서 웅장한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큰 홀에 두어 사람밖에 없더니 우리가 들어간 후 얼마 안 있어 꾸역꾸역 사람들이 들어와 스무 명

남짓 되더니 곧 음악실 주인이 들어섰다.

정회장과는 안면이 있는 듯 인사를 나누고 우리들도 자연스레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황인용씨는 마이크를 잡았다.

금요일은 원래 사람이 적은 날인데 오늘 대박 터졌다고, 이렇게 사람이 많이 들어온 게 최근 처음 있는

일이라고, 지난 오월에 하루 종일 7명밖에 들어오지 않은 날이 있어 문을 닫을까도 심각하게 생각해

보았단다.

 고향이 이곳 헤이리라 이곳에 좋은 클래식 음악 감상실을- 짐작컨대 꽤 큰돈을 들인 것같은데 경영난에 처했다니 안타깝고 조마조마한 심정이다. 처음엔 입장료10000원이 비싸다고 모모씨가 툴툴거렸는데, 빵, 커피, 과일을 무한정으로 제공하고 오늘 손님이 많아(고작 스무 명 정돈데)기분이라며 황인용씨가 와인 한 잔씩 돌리니 나왔던 입이 쑤욱 들어가고 싱글벙글이다.

  황인용씨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이런 일이 최근 처음) 우리가 청한 ‘예스터 데이’, ‘사계’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를 거의 원음 그대로 전해 주며 자세히 해설까지 해주었다.

가까이에서 악수도 하며 자세히 보니 세월은 어쩔 수 없다 치고 몸에 군살이 없어 육십 중반이라 보기 어려웠다. 오늘따라 가발도 아주 자연스러워 보였다.

 

 멋진 사람들 덕분에 멋진 사람 만나고 나도 조금은 멋진 사람이 되어 간 거 같다.

-참 저녁은 두부요리를 복분자와 함께 먹었는데 올해로 자식 농사 마친 자야가 모두 쐈다.

친구야,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2005.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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