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 윤*이 왔에유-”
검은 리본 속에서 환하게 미소짓고 있는 영전에 향을 사르고 절을 하려는데, 상주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고인에게 아뢴다.
옆에서 말없이 서 있는 며느리의 눈에서도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닷새 전에만 해도, 치매 시어머니 간병하느라 지칠 대로 지친 며느리의 푸념 아닌 푸념을 듣고 마음
절였는데, 느닷없이 육신의 옷 훌훌 벗고 떠나셨다.
개밥을 개와 함께 나누어 먹고 변기에다 그릇을 씻고 하셨다는 그 노인이--
육십이 내일모레인 그 아들은 남다른 효자였다.
친구들이 부부동반해서 며칠씩 여행을 떠날 때도 어머니가 맘에 걸려 서둘러 귀가를 하고
출근해서도 매일 두세 번씩 부인을 통해 안부를 확인하곤 했단다.
칠순 때는 또 어땠는가
외아들이라서 어머니가 외로워 하실까봐 친구부부들이 아들 메느리 노릇해야 한다고 해서 여섯 쌍이
모두 한복을 입고 자식 행세를 했다.
그렇게 지극 정성을 다하는 그분이 계모였다는 것을 안지 얼마 안 된다.
한 핏줄을 나눈 부모에게도 데면데면하게 굴어 늘 섭섭함을 안겨 드리고 있는데--
오늘 그 육신마저 영 지상을 떠나는 날-모자가 쌓은 아름다운 정을 하늘도 아시어 이렇게 좋은 날을
베푸시는가 보다.
안녕히 가세요, 어머님!!
(2002.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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