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병술년 삼월 일일 正午

맑은 바람 2009. 7. 1. 00:13

 

 

--아아, 新天地가 眼前에 展開되도다. 威力의 時代가 去하고 道義의 時代가 來하도다.

過去 全世紀에 鍊磨長養된 人道的 精神이 바야흐로 新文明의 曙光을 人類의 歷史에 投射하기

始하도다.

新春이 世界에 來하야 萬物의 回蘇를 催促하는도다. 凍氷寒雪에 呼吸을 閉蟄한 것이 彼一時의

勢ㅣ라 하면 和風暖陽에 氣脈을 振舒함은 此一時의 勢ㅣ니, 天地의 復運에 際하고 世界의 變潮를

乘한 吾人은 아모 주躇할 것 업스며, 아모 忌憚할 것 업도다.

我의 固有한 自由權을 護全하야 生旺의 樂을 飽享할 것이며, 我의 自足한 獨創力을 發揮하야 春滿한

大界에 民族的 精華를 結紐할지로다--

 

'기미독립선언문' 내용 중 삼월의 특성을 잘 담아, 마음에 드는 대목이다.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하다.

 

종로구에서 ‘삼일만세 거리축제’를 한다는 소식지를 보고 구경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는 강북 친구들을 불러내어 인사동 거리로 나갔다.

 

간밤에 눈이 오고 날씨마저 쌀랑한지라 구경꾼이라고는 별로 눈에 띄지 않고

행사 요원들과 학생 봉사활동자들만 검정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고 태극기를

흔들어 대고 있었다.

 

남인사동에서 선언문낭독 행사가 끝난 뒤 행렬은 태극기를 흔들며 <보신각>으로

이동, 풍물패의 농악놀이와 중앙가무단의 북춤이 진행되자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정오가 되자 이명박 시장과 각계 대표가 33천에 민족의 염원을 담아 보신각종을 울려

보냈다.

종소리는 종로 네거리에 은은히 울려 퍼지고 나는 심훈의 ‘그날이 오면’을 떠올렸다.

 

 

그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며는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鐘路)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드리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리까

 

지금 우리는 각자 어떤 '그날'을 기다릴까?

만세를 부르다 일경에게 잡혀가는, 경기고등학교 뺏지가 빛나는 심훈선생의 절규가 가슴에 맺힌다.

 

(2006. 3. 1)

 

 

 

인사동 거리 축제

 

악몽의 그날이
 종로 보신각 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