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터지고 깨지고

맑은 바람 2009. 6. 10. 01:05

 

약속 장소에 오기로 했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을 나오다가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함께 가던 친구가 걸림돌도 없었던 것 같았는데 갑자기 두어번 고꾸라질 듯 고꾸라질 듯

묘기를 부리더니 제자리로 온다

 

남만 그런가

모임 있던 날, 외출준비 완료!하고 나오려는데 강아지가 눈에 밟혀 산책 좀 시킨다고 데리고 나왔다가

 펀펀한 산책로에서 저 혼자 두 번 고꾸라질 듯 허청허청하다가 기술적(?)으로 넘어지는 바람에 코는

 안 깨지고 옆 얼굴, 양 손바닥, 무릎 한 쪽이 긁히고 터졌다. 그 상황에서도 누가 볼세라 벌떡 일어나

두리번두리번 아파트 위층까지 살피고 나서야 강아지를 안고 집으로 줄행랑을 놓았다.

 

이제는 부품이 낡고 나사가 닳아 조직이 이완된 상태, 조심 또 조심하지 않으면 일이 나도 큰일이 나는

 때. 그래서 요샌 몇 가지 원칙을 정해 놓고 산다.

 

**횡단보도의 파란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절반 정도 건넜을 때는 다음 파란불을 기다린다.

파란불 앞에 서있기 쑥스럽지만 사실 유심히 보는 사람도 없다!

 

**열 걸음 이상 뛰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버스가 도착했을 땐 차라리 그냥 보내 버린다.

떠난 버스가 아름답다나?

 

**지하철에서, 계단을 뛰어내려가면 슬라이딩을 해서 떠나기 직전의 차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 때라도

 눈 앞에 입 벌리고 있는 차를 미련없이 보내 버린다. 시간이 좀 먹나?

 

잰 체하기보다 꾸물거리는 게 상책!

그래서 기사 양반들이 늙은이들 차 타려고 하면 냉큼 달아나나 보다.

어쨌거나 복잡한 도시에서 살아가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나이가 됐음에 틀림없다.

(2002. 6. 24)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털과 비둘기  (0) 2009.06.16
어느 靈前에  (0) 2009.06.10
쓴 소리  (0) 2009.06.10
망치와 후레쉬와 방독마스크  (0) 2009.06.10
벼랑 끝에 섰던 날  (0) 2009.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