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맛보기(11)-자공과 자로, 그리고 진항(공자의 제자들) -
3000명이나 되는 공자의 제자들이 있지만 그 중 우수한 제자들은 학자에 따라 72명 혹은 77명이라고
한다.
오늘은, 논어에 42번이나 등장하며, 공자 생존 시 그를 신처럼 섬기고 따랐던 자로와
공자 사후에 주위의 비난을 훌륭한 언변으로 물리쳐 스승의 명성을 지킨 자공의 성격과 공을 이야기하고 논어에 세 번 등장하는 진항(진자금)을 이야기하려 한다.
[매력남 자로]
예나 지금이나 남자의 주먹은 때로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했나 보다.
자로가 公子門下로 입문한 뒤로 공자를 비난하는 소리를 일체 들을 수 없었는데 이는 그런 소리를
들으면 자로가 쫓아가서 손을 봤다는 뒷이야기가 있다.
포부가 크고 낙관적 성격이나 급하고 경솔한 자로를 공자는 한편 걱정하면서도 사랑했다.
제자들과 더불어 토론을 하면 제일 먼저 나서서, 큰소리를 땅땅 쳐도 공자는 빙그레 웃으며넘어갔다.
그러기에 공자는 자로를,
“맨손으로 호랑이와 싸우고 맨몸으로 강을 건너다가 죽어도 후회하지 않는 자.”라 했고
“용맹을 좋아하는 것은 나보다 낫다.”고 했으며
“도가 행해지지 않으면 바다에 뗏목을 띄워 다른나라로 떠날 때 내 뒤를 따를 유일한 제자.”라고,
그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드러냈다.
궁금한 일은, 공자가 정계에 나가고자 시도한 일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두 번이나 적극적으로 만류해서
공자는 제자의 말에 따랐다.
왜 선생님의 앞길을 막았을까?
배반한 자, 반란을 일으킨 자의 부름에 따르려는 스승의 태도를 바로잡은 셈인가?
[훌륭한 변호인 자공]
우리나라에서도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도발적인 책제목으로 한때 유림들의 분노를 산 적이
있었는데 공자가 죽은 직후에도 정치가와 학자들 사이에서 공자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으나 자공은 스승에 대한 깊은 애정과 존경심으로 공자의 편을 들었다.
예를 들면,
**위나라 대부 공손조가 “너의 선생님은 모르는 것이 없다고 들었는데 어디서 배웠는가?” 하고 물었을 때 “큰스승은 일정한 선생이 없다, 두루 배우니까.” 라고 대답했다.
**노나라 대부 숙손무숙이, "자공이 공자보다 똑똑하고 재주있고 말도 더 잘한다."고 말했다는 걸 전해 듣고는,
“궁궐의 담장에 비유하면, 나의 담장은 어깨에 미쳐 집안의 좋은 것들을 들여다볼 수 있지만, 선생님의 담장은 여러 길이다. 그 문을 들어가지 않으면 종묘의 아름다움과 백관의 많음을 볼 수가 없다. 그 문을 들어간 자가 드무니 숙손의 말이 또한 당연하지 않겠는가?” 하고 말했다.
**숙손무숙이 계속 공자를 헐뜯어 말하자, 자공은 말했다.
“그러지 마라. 공자는 헐뜯을 수 없다. 보통사람들이 어진 것은 언덕과 같아서 넘을 수 있지만 선생님은 해와 달과 같아서 사람들이 헐뜯으려 해도 도저히 닿을 수 없다. 제 스스로 분수없음을 보이는 일일 뿐이다.”
[호기심 많은 진항(진자금)]
진자금은 늘 궁금하고 의심나는 게 많았다. 그래서 자공에게 자주 질문을 했다.
**공자와 자공을 비교하는 질문:
“선생님(자공)이 공손해서 그러시는 것이지, 공자가 어찌 선생님보다 현명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요?”
자공이 대답하기를
“말 한 마디로 지혜로운 사람인지의 여부가 드러나니 말은 신중히 해야 한다. 공자의 높은 뜻에 이르지 못하는 것은 하늘에 사다리를 놓아 닿지 못하는 것과 같다. 오직 선생님(공자)의 높은 뜻에 따를 뿐이다.”
언변에 뛰어난 자공답게 비유로써 설명하는 재주가 훌륭하다.
**공자의 정치적 야심에 대한 궁금증:
**“공자께서 나라를 방문하면 꼭 정치가에게 의견을 듣는데 정치가가 물어오는 것인가요?
아니면 선생께서 찾아가 묻는 것인가요? ”
자공이 대답했다.
“선생은 溫良儉恭讓의 덕을 갖추시어 이에 감복한 정치가가 스스로 찾아와 나라를 다스리는 도리를
여쭌 것이다.”
**공자가 사사로움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
어느 날 진항은 공자의 아들 백어에게 물었다.
“그대는 아버지(공자)께 특별히 따로 들은 게 있는가?”
“없습니다. 한번은 아버지가 뜰에 혼자 계시는데 그 앞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치려니
”시를 배웠느냐?“ 고 물으시길래
”못했습니다.“ 했더니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할 수가 없다.” 하셔서 그 후 시를 배웠습니다.
또 다른 날에 혼자 계시는 앞을 지나려는데
”예를 배웠느냐?“ 하시길래
“못하였습니다.” 했더니
“예를 배우지 않으면 설 수 없다.”하셔서 곧 예를 배웠습니다.”
진항은 물러나와 기뻐하며 말했다.
“하나를 물어서 셋을 들었다. 시와 예를 배워야 한다는 것과 군자가 아들을 멀리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세 사람은 기원전에 살았던 사람이면서 지금도 우리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유형의 인물들이다.
군사 정권 시절, 세인의 지탄을 받으면서도 대통령 측근에서 그를 거의 맹목적으로 지켰던 자로와 같은
사람, 끊임없이 의심하고 때로는 분란의 원인 제공자 같은 진항, 그러나 자공과 같은 인물은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정승 집 개가 죽으면 조문객이 많아도 정승이 죽으면 초상집이 썰렁하다.’지 않은가?
인심 사나운 세상에 자공과 같은 인물의 출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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