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와 노자 -논어 맛보기(14)
이현구(성균관대 유학대학원 부원장)선생의 강의를 듣고
처음 보는 순간 왠지 거부감이 가거나 자주 다투는 사람은 알고 보면 서로 닮은 점이 많다.
같은 극끼리 밀어 내는 원리랄까?
공자의 유가적 사유와 노자의 도가적 사유는 중국문명의 양대 기둥이며 동양인들의 삶의 양식을
지배한 사상들이다. 그런데 공자와 노자는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빡빡한 일상(유가적 삶)에 빈틈과 여유(도가적 삶)를 가지라는 것이 노자다.
이 두 가지 삶의 태도는 우리의 인생에 다 필요하다. 한창 일할 나이에는 유가적 삶의 태도가,
일에서 벗어나 노후의 삶을 사는 데는 도가적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
그래서 젊은 날에 유유자적하고 늙어서 곤궁한 사람들을 우리는 경계한다.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
‘게으른 선비가 석양에 바쁘다.’
‘나간 놈 몫은 있어도 자는 놈 몫은 없다.’
모두 유가적 사고에서 나온 말들이다.
사실 공자는 그의 제자가 대낮에 자는 모습을 보고 썩은 나무에 비유하며 불같이 화를 냈다.
<노자 도덕경>은 공자를 비판, 부정하는 사상을 담고 있으며 여기저기서 공자를 반격하는내용을
볼 수 있다.
1. 天地不仁 聖人不仁(천지와 성인은 어질지 않다.)
공자는 지도자의 으뜸 덕목을 仁에 두고 인간애와 사람다움의 실천을 위해 힘쓰도록 했다.
‘修身齊家治國平天下’-그러나 노자는 공자의 이런 노력을 ‘백성이 잠 못 들게 하는 모기’와 같다고 했다.
작은 일에 一喜一悲하지 않는다. 만물과 사람을 제사상의 풀강아지처럼 무심하게 본다.
인생의 ‘본래 그러한 모습’ ‘자연스러운 모습’을 노자는 추구했다.
2. 人之生也柔弱 其死也堅强(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으면 단단하고 강해진다)
노자는 어린아이나 새싹처럼 부드럽고 약하게, 물처럼 겸허하게, 골짜기처럼 포용력 있게,
통나무처럼 본래 모습을 지키는 것이 참된 인생을 사는 지혜 라고 했다.
유연성이 강직성을 이긴다는 말, 강한 자는 꺾이지만 부드러운 것은 휠뿐 부러지지는 않는다.
3.絶聖棄智 民利百倍 絶仁棄義 民復孝慈(성스러움과 지혜를 끊어 버리면 백성의 이익이 백곱절이고,
어짐과 옳음을 끊어 버리면 백성이 효성과 자애를 회복한다)
유교의 근본인 <聖, 智, 仁, 義>를 노자는 전면 부정한다. 억지교육은 해롭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놓아두는 것이 오히려 낫다.
4. 爲學日益 爲道日損(배우면 날로 더해지지만 道를 닦으면 날로 덜게 된다.)
공자는 세상일을 많이 알아야 한다고 가르쳤고 노자는 세상에 관한 많은 지식보다
‘자기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노자는 ‘있는 것’보다 없는 것‘, 꽉 찬 것보다 텅 빈 것, 뚫린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도는 참된 도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공자가 세상을 시끄럽게 만든다고
나무랐다.
노자의 道는 하느님을 부정하고, ‘날마다 덜어내고 덜어내서 無爲에 이르는 것’ 이라 했다.
공자가 시를 배우고 예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 ‘人爲’라면 노자는 ‘無爲’를 강조한다.
‘人+爲=거짓 僞’- 이게 없어야 道가 된다.
5. 大道廢有仁義(大道가 깨진 뒤에 儒家가 나온다.)
사회적 가치 기준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자연스런 개인의 사고나 행동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는 뜻.
그러나 유가의 사상이 한계에 도달할 때 도가로부터 새로운 충전을 받았다고 본다면 이 둘은 사실 서로
보완적인 관계다. 유뷸도 삼교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는 ‘虎溪三笑’로 비유되는데,
虎溪는 중국 여산에 있는 계곡인데 그곳 동림사에 화엄경 연구가인 혜원 스님이 살았다.
어느 날 유학자 도연명과 도가 사상가 육수정이 찾아왔다. 혜원은 누가 와도 虎溪를 넘는 법이 없었는데 도연명, 육수정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기도 모르게 호계를 넘었다. 이에 세 사람은 크게 웃었다.
이를 두고 ‘虎溪三笑’라 한다.
이는 儒 彿 道의 진리가 하나라는 것을 상징(三敎一致論)한다.
나도 이 마지막 견해에 공감한다.
**부처의 <십선업>과 모세의 <십계명>을 비교해 보았다.
|
부처의 십선업(十善業) |
모세의 십계명 |
1 |
살아있는 생명을 해치지 않고(不殺生) |
살인하지 말라. |
2 |
남의 것을 훔치지 않고(不偸盜) |
도둑질하지 말라. |
3 |
삿된 음행을 하지 않고(不邪淫) |
간음하지 말라. |
4 |
거짓을 말하지 않고(不妄語) |
이웃에게 불리한 거짓증언을 하지 말라 |
5 |
꾸며서 말하지 않으며(不綺語) |
우상을 섬기지 말라 |
6 |
두 가지 말로 이간질 하지 않고(不兩舌) |
야훼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
7 |
욕설과 험악한 말을 하지 않고(不惡口) |
하느님의 이름을 망녕되이 부르지 말라 |
8 |
지나치게 탐내지 않고(不貪心) |
네 이웃의 재물을 탐내지 말라. |
9 |
성내지 않고(不嗔心) |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 |
10 |
인과의 도리에 어둡지 않음(不癡心) |
너희 부모를 공경하라. |
(2009.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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