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방/오가는 정

구슬이의 편지(4)

맑은 바람 2010. 3. 20. 00:28

 

어떻게 지내시는지?

내가 요즘 카페에 별 관심이 없어졌는지 아니면 뭐 별 특별한 일이 없는 평범한 일상의 연속이라

쓸 말이 없어서인지, 아무튼 한참만에 들어가보니 선이가 어디가 불편한 곳이라도 있는건가 해서.

앞뒤가 연결이 안되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다치기라도 한 것이야? 집에서?

혼자서 별일은 없겠지 그렇게 생각했거든.

 

난 그저 평범한 일상의 연속이야. 어쩜 이 평범이 가장 귀하고 감사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치?

모두들 여전히 잘 만나고 다니고 그러나봐.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렇네.

많이 덥네. 올해는 캘리포니아 날씨 답지 않게 흐린날이  많았었어.

일 년 열두 달 맑은 하늘을 보는 곳이라고  자랑하던 날씨가 점점 변하고 있나봐.

하긴 세계 각곳이 다 변하고 이변이고 하니까.

 

카페에서 보니까 자야 아들도 결혼을 했나봐. 얼마 전에는 정이 딸이 결혼을 했다고 했는데.

이젠 며느리 사위보는 때가 됐어. 우리는 완전히 뒤로 물러나는 세대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겠지?

옛날에 우리 고모가(난 고모하고 참 친했기에) 나를 보면서 하던 말들을 이제는 내가 젊은이들에게

하고 있으니 말이야. 자연스런 일인데도 아직도 주제파악을 못하고 젊은이들과 같은 세대인 양

착각을 할 때가 많이  있다니까.

 나도 이제는 이곳에서 심심치 않게 결혼식에 참석을 하게 되는데, 내가 전에도 얘기 했듯이 이곳에서

교육받은 애들은 친구도 그렇고 한국식을 고집할 수만은 없기에,

한국식과 미국식 반반인 결혼식도 있고, 완전히 미국식으로만 하는 경우도 있고 그래. 얼마 전에는 주례도

미국 목사님과 한국 목사님 두 분이 하신 결혼식엘 참석했지.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 할 수는 없고, 나름대로의 특징을 살려서 좋은 점만을 강조하기에 아주 성대하고 경건한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가 많네. 물론 돈은 엄청나게 드나봐.

기회가 닿으면 정이와 자야에게 축하 인사 전해 주시고.

 

몸조심하고 잘 지내. 안 녕.

(2004년 7월 16일 금요일,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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