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방/오가는 정

구슬이의 편지(5)

맑은 바람 2010. 3. 20. 00:36

 

 

 계절의 뚜렷함이 없는 이 southern california에도 가을바람이 느껴지는구나.

아직은 한낮이면 여전히 더워서 소매없는 옷을 입기도 하지마는.

 

며칠 전에 카페에 들어가 보니 합창 연습하는 사진이 올라와 있데.

내게도 반가운 얼굴들이 몇 보여서 유심히  들여다봤지. 그 열정들이

어디서 나오는지. 몇십 년이 지나서도 그렇게들 모일 수 있으니 말이야.

 

기숙과 규은이 그리고 나는 작년에도 못 만나고 그냥 지나가면서, 내년 여름에나

보자고 카드를 교환했는데,

이번 여름도 이미 지나갔으니 아마도 크리스마스 때 카드나 서로 보내고 말겠지.

여기서는 그렇게 되더라구. 학교 때 아주 친하지 않았던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서두.

우리 아파트 파킹랏에 있는 고양이가 이젠 많이 컸어.  털에 기름이 자르르 흐르고.

한국사람들은 우리 남편 보고  고양이 아빠라고 부르고 미국사람들은 "SANG'S

CAT"이라고들 하네.

김상훈의 '상' 자가 'SANG'이라서  미국사람들은 우리남편을 "SANG" 이라고 부르고 있거든.

내가 불러도 절대 오질 않아, 섭섭할 정도로.  우리남편한테만 가고.

 

이렇게 조용하고 평온하게 늙어가고 있나봐. 우리 모두

특별한 바램이 있을 나이는 지났잖어. 경기가 좋지 않다고  걱정들이 많지만, 내가 나서서 장사를

하는 사람은  아니기에 그저 잘 되어가길 바라는 마음뿐이지 동요할 일은 아니거든. 지켜볼밖에.

부시도 케리도 별로 맘에 들지않아 11월 선거에 누굴 찍을지 아직 마음의 결정을 못하고 있어.

부시는 너무  독선적인 것이 마음에 걸리는데, 그렇다고 케리가 딱부러진 구석이 없기에 선뜻 케리에게로 마음을 돌리지도 못하겠고. 그들의 정책을 더 두고보려고 해.

 

건강하고 열정적인 삶을 사는 선이잖아. 이 가을에도

멋진 싯귀를 떠올리며 계절을 만끽하시기를.

안 녕 옥이가

(2004년 9월 17일 금요일,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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