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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의 편지(2)

맑은 바람 2010. 3. 19. 23:42

 잘 지내시지?
내가 요즘 카페에 잘 들어가질 않았어. 얼마전에 보니 또 근사한 곳에 여행을 다녀온것 같던데 정말 선이는 대단해.
발은 괜찮은 거야? 민간요법으로 치료하면서 다니고 있어?
 
지난주까지는 이곳 날씨가 겨울로 거꾸로 가나 싶더니 이번 주 들어서는 여름 날씨같아. 그래도 실내와 밖의 기온차는 아주 다르기에 도무지 어떻게 옷을 입어야 할지 모르겠어.
엊그젠가는 자다가 '덜컹' 하고 흔들리기에 이크 지진이구나 하면서 일어나 거실로 뛰어나갔지. 우리 남편이 '지진이지?' 그러면서 쳐다보지도 않더라구.
워낙 지진이 많은 곳이라 나도 왠만한 것에는 꿈쩍도 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꽤 진동이 심했기에 자다가 벌떡 일어난 것인데, 영감탕구가 하도 시시하게 대꾸하기에 그냥 들어와서 다시 누웠지.
하긴, 거의 다 산 나인데 호들갑 떨 일은 아니지뭐.
 
난 요즘 새로운 일을 시작했어. 또다시 뭔가 배워야 된다는 게 꼭 신나지만은 않아. 아무래도 머리도 팍팍 돌아가질 않고 인터넷으로 모든 일을 다 해야 되는데 굼뜨고 그렇네.  그래도 먼저 있던 직원이 어찌나 친절하게 잘 가르쳐 주는지 무지 고마워. 사십이 갓 넘었다는데 얼굴도 예쁘고 영어도 잘하는데 이런 사람 만난거 행운이야. 늙었다고 구박하지 않고 귀찮아하지도 않으면서 기본이 되어 있어서 잘한다고 용기까지 북돋워 주니 고마워서 절을 할 지경이라니까.
몇 달 놀고나서 새롭게 일을 시작하고 나니 다시 젊어진 것 같고 생기가 돌긴 해. 
얼마를 주건, 받건 관심없이 이젠 돈을 번다는 것보다는 일 자체를 즐기기에 젊은이들같이 스트레스 받지는 않아. 이렇게 적당히 늙은 것이 좋을 줄 어찌 알았겠어 ㅎㅎ
 
선이는 언제나 활동적으로 시간을 놓치지 않고 잘 보내잖어.

미국보다는 한국에서가 그런 면에서는 훨씬 좋지 뭐.

영이가 그랬잖어, 늙어서는 서울에서 사는 게 제일 좋다고. 나도 동감이야.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고-- 요즘은 일년내내  감기 조심해야 된다니까.
 Love   joo    (2010년 3월 19일 금요일, 오전 )

 

 

19

 

 

우째 잠잠하다 했더니 축하할 일이 생겼구나. 자~알 됐다.

먹구 사는 데 지장 없으니 좀더 받으면 어떻구 덜 받으면 어떠니?

일할 수 있는 게 최고지.

이렇게 놀러다니면서두 사실, 경제활동을 안 하니까

소외계층으로 들어온 기분이야.

사회가 별로 달갑게 바라보지 않는--

그렇지만 어쩌겠니?

40년 가까이 직장생활했으니

적어도 20년은 놀 자격이 있지 않니?

누가 뭐라는 것 같구나.  ㅎ ㅎ

 

영감탱구가 지진에도 꿈쩍 안하더라 이거지?

서울에도 얼마 전 갑자기 지축이 흔들리는 듯해서 호들갑을 떨었는데~

죽을까봐 겁난 거 아니구~

우리가 언제 이렇게 죽음 앞에 초연한 척 하는 나이가 됐니?

 

뉴욕행은 흐지부지 된 거 같애.

숙이나 주는 여러 번 가서 안 갈거고

나는 혼자만 놀러 다니기 염치 없어 나서질 못하겠고,

다른 친구들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려 하고--

 

하루하루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지내~ (2010. 3. 19  자정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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