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방/오가는 정

구슬이의 편지(6)

맑은 바람 2010. 3. 20. 00:42

생각 하면 생각할수록 난 선이에게 고마운 일이 너무 많아.

지금까지 한국의 친구들이나 카페에 나라는 존재를 내밀 수 있는 것이 모두 다 선이 힘 때문이지 싶어.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나라는 사람 어디서 살고나 있는지 아니면 제멋대로의 상상으로 나라는 사람을 산산조각 내서 존재 가치조차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렸을 수도 있겠지.

어떤 때 조용한 시간 곰곰히 이것저것 생각해 보면 선이에게 내가 참 많은 신세를 지고 사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 우리의 인연이 무척 깊은가봐 그치?

 

한국도 그렇겠지만 미국이란 나라 참 무서운 나라야.

조금만 삐끗하면 홈 리스 되기 딱 좋더라니까. 우리 주위에 실제로 잘 나가다가 밑바닥으로 떨어진

사람들도 참 많거든. 뭐 우리 남편도 그 중에 한 사람이겠지만, 그래도 하늘이 도와 밑바닥에서 서로 만나 차근차근 다시 밟아가 그나마 밥 먹고 남 보기에 꿋꿋하게 살게 된 거겠지.

허황된 생각 않고 법대로 살면서 그저 앞만 보고 10여 년 가다보니 웬만큼 자리가 잡혀있네.

내가 겉보기엔 약하기만 한데 뭔가 속에 끈질기고 강인함이 내면 깊숙한 곳에 있나봐.

철딱서니 없는 남편 때로는 야단도 치고 두들겨 패가며(실제로 몸부림치며 두들겨 패기도 한 일이 있었어) 살아내느라고 많이 혼났지. 지금은  옛말하며 살지만서두.

얼마나 더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최소 한 65살까지는 버텨야 하기에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나봐. 하기사 힘든 일 하는 것도 아니니까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는 게 여러 면으로 좋긴 하지.

나야말로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따로 신경 쓸 일도 없잖어.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도 무사히 그런 기도하는 맘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돼.

역시 남의 나라에서의 삶은 쉽지는 않은가봐. 아무리 오래 살아도--.

 

잘 지내. 또 쓸게.

옥이가

(2007.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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