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방/오가는 정

구슬이의 편지(3)

맑은 바람 2010. 3. 20. 00:08

카페에서 보니까 선이네는 친구남편들하고도 다같이 친구가 되어 잘들 지내네.

그러기가 쉽지는 않은데, 여러 가지로 여건들이 다르기 때문에.

보기 무척 좋던데--

아름다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어. 찌는 듯한 더위는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는 선선
하고 그러면서도 낮에는 무척 따뜻한. 하늘은 코발트색깔이 나는 환한 파란색이고.
한국도 그렇겠지만 요즘 미국 경기가 너무 좋질 않아.

이곳 LOS ANGELES DOWNTOWN( 그 도시의 중심가를 다운타운이라고 불러) 경기가

침체된 지 오래되었는데 영 살아 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고 다들 걱정이 태산 같아.
우리회사도 마찬가지로 다운타운에 경기를 같이 타는 곳이라 말이 아니네.

그래도 월급은 꼬박꼬박 나가야 하니까 사장 얼굴 보기가 민망스럽네.

다른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회사 수입/지출을 다 챙기고 있으니까,

이럴때는 아는게 병이란 말이 맞아.

어떤때는 이제 좀 들어앉아 세상 경기하고는 무관하게 살아보고 싶은 생각도 들어.
그렇지만 또 한쪽으로는 아직도 살아가야 할 날들이 많은데(평균 연령으로 보아)

세상살이에 밝아야지 무슨 말이야 - 하면서 스스로 팔팔한 체 하기도 하고.
단순한 것 같은 생활인데도 주중에는 일에 묶여 있고 매 주말마다 뭔가 약속이 잡혀있
어. 주말에도 나가야 하고, 안 그러면 여기저기 샤핑도 다녀야 하고, 한 주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어.
연휴 말고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남편과 같이 장거리(하루코스로) 여행을 나가기로 했
기에 그 시간도 마련해야 하니, 정말 한 달이 후딱 지나가 버리곤 해.

선아,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지금쯤 어떤생활을 하고 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지금 이곳에서 살아가는 것보다 더 잘 지낼 것 같지는 않아,
그치? 우선 심적으로 말이야.
좁은 땅덩어리에서 나 한 사람이라도 덜어내 주었으니 그것 또한 기여한 것이겠고,
후후.   한가하기에 선이와 수다를 좀 떨었네.
잘 지내시기를

주 (2006년 10월 11일 수요일,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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