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폭탄과도 같은 위대한 정열을 가졌다는 것을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끝까지 내가 무대 위에서 고꾸라질 때까지 보여주고 싶습니다.***최승희
‘그가 직접 쓴 단 하나의 육필원고’라는 책표지 광고 문구에서 내가 기대한 것은
그녀의 드라마틱한 삶과 사랑 이야기, 그리고 말년의 활동 등이었으나 186쪽 분량의
책에서 최승희의 자서전 부분은 89쪽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최승희에 대한 지인들
(주로 일본인)의 인물평 중심으로 편집되었다.
당연 황당하고 실망스러웠으나 그나마 그녀의 짧은 글 속에서 그녀의 됨됨이와 집념
등을 읽어낼 수 있어 다행이었다.
넉넉한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녀는 한때 음악가가 되려는 꿈도 품었으나
갑자기 찾아온 가난에 등 떠밀려 우연한 기회에 일본무용가와 인연이 닿아 무용의
길로 들어선다.
일본에서 유학하며 서양무용을 익혔으나 그녀는 우리 전통 무용을 현대적으로 표현하여
조선을 널리 알리고 싶어 했다. 그녀의 춤에 대한 진지한 열정, 타고난 신체적 조건,
우리 춤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 신여성들이 흔히 겪는 불미스러운 추문에 휘말리지 않는
철저한 자기관리 등은 비평가들이 그녀에 대해 공통적으로 높이 평가하는 점이다.
그녀가 얼마나 강인한 조선의 여성이었던가를 알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그녀가 ‘춤은 화류계 여자들이나 추는 것’이라는 편협한 시각이
팽배해 있던 당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사실상 ‘무용’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이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부평초처럼 떠돌다가 월북, 잠시 빛을 보는 듯 했으나 1969년
숙청당함으로써 길지 않은 삶을 마감하게 된 사실이다.
그녀가 북으로 가지 않고 미국이나 유럽으로 갔더라면, 그녀의 재주를 키워 줄
진정한 후원자라도 만났더라면 춤꾼 최승희는 잠시 반짝하는 ‘불꽃’이 아닌 꺼지지
않는 ‘횃불’로서 세계적인 무용가로 그 명성을 날렸을 것이다. (2010.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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