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방/21 세기에 남을 한국의 시인 10명

6. 윤동주

맑은 바람 2010. 12. 12. 21:21

추천작품: 서시, 별헤는 밤, 십자가, 자화상, 쉽게 씌어진 시

 

 

    ●  별헤는 밤 
    季節이 지나 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읍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來日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靑春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追憶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憧憬과
    별 하나에 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小學校 冊床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佩, 鏡 ,玉 이런 異國 少女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詩人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北間島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1941년 11월 5일) 
    ***'하늘, 가을, 별, 청춘, 추억, 사랑, 동경, 시, 어머니, 라이너 마리아 릴케, 
    소학교 때 아이들, 흙, 벌레, 슬픔, 부끄러움, 봄, 겨울, 무덤, 잔디, 내 이름자, 언덕, 자랑, 풀'
    이들 중 어느 한 단어만 가지고 글을 쓰라고 해도 누구나 열 마디 이상의 글은 쓸 수 있으리라. 
    누구나의 삶 속에 여러가지 사연과 함께 들어 있는 것들을 시인은 한 자리에 모아 놓았다. 
    어찌 이 시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으랴~ 
    연말에 좋은 친구들과 분위기 있는 곳에서 이 시를 외어 들려준다면 이보다 멋진 선물이 없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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