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이틀째-아침 9시경, 계획에 없던 <보리사>를 향한 것은 순전히 한 여인 때문이었다.
남산 <서출지>를 보고 차의 왕래가 거의 없는 동네 길 가운데 차를 세워두고 다음 행선지를 어떻게
잡을까 망설이고 있는데 저만치 한 여인이 다가오며 무어라 한다. 차를 한쪽으로 치우라고 한다.
알겠다고 하면서 가까이 어디 좋은 절이 있냐니까 자기는 경주 관광 안내하러 가는 길인데 조금만
태워다 주면 가면서 일러 주겠단다. 뒷자리에 앉히고 가면서 친절한 안내를 받았다.
바로 부근에 유서 깊은 절이 있고 석불상이 볼만하다고 일러준다. 절은 마을 안쪽으로 한참 들어가는 곳에 있어 여기까지 오지 않았더라면 일부러 찾아올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웅전과 요사채는 신축해서 옛 정취를 찾아볼 수 없었으나 절 옆 산 위를 조금 오르니 자애롭고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석불좌상이 있었다. 석불상 앞에 잠시 묵례하고 한동안 이리저리 살피며 자리를 맴돌았다. 어제 경주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부터 감탄을 자아내게 했던 서라벌의 은은한 체취가 전해져 왔다.
좁은 동네골목을 한참 따라가다
다알리아,오래간만이네
백일홍, 너는 어째 여기 혼자서 기특하구나
절간에서 만나는 꽃들은 다 청청해 보인다
뒤에 불심 깊은 친구에게, 아침 길에 난데없이 나타나 <보리사>를 일러준 여인 이야기를 했더니
아마도 관세음보살이 나타났나 보다 한다. 그 친구 손녀가 큰병을 얻었을 때 보리사에 와서
불공을 드려 기적적으로 나았기 때문에 보리사에 대한 관심이 각별했던 것이다.
<석굴암>의 본존불상은 촬영이 금지되어 아쉬웠는데 이곳에서 마음껏 감상하고 또 기록물을
남겨올 수 있어 뿌듯한 마음으로 발길을 옮겼다.
(2010.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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