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는 아니더라도 문득 가슴에 와 닿은 그런 시, 마음을 훑고 가는 서늘한 바람 소리같이***
60대
김용오
떨어지는 꽃잎에 자주 마음이 가는 나이
몰래 귀 기울여 듣던 저 깊은 강물 소리도
더욱 크고 몹시 발빠르게 들리기 시작하고
그저 습관처럼 하던 일들을 다 내려놓은 채
무심하고 멍한 얼굴로 잠시 기댈 수 있는
그런 부드럽고 편안한 어깨가
문득 그리워지기 시작하는 나이
해서, 이제는 바다가 보이는 산길이나
마른 잎을 떨어뜨려 놓은 넓은 창가에
두 사람 나란히 앉아 붉게 물들어가는
서쪽 노을이라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분신 같은 소중한 친구 한 분을
오랫동안 잘근잘근 생각해 보는 나이
그러다가도 끝내는 혼자 두 무릎 사이로
주름이 많은 얼굴을 파묻고 있으면
찔끔하고 눈물 한 방울 덧없이 흐르는 나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냥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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