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봄

모란이 피기까지는

맑은 바람 2011. 5. 24. 13:30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永郞 / 允植)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그토록 오랜 기다림과 준비 끝에 한 송이씩 피어나더니 불과 일주일만에 얼마나 허망하게 가는지

김영랑시인이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 표현한 것이 절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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