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永郞 / 允植)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그토록 오랜 기다림과 준비 끝에 한 송이씩 피어나더니 불과 일주일만에 얼마나 허망하게 가는지
김영랑시인이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 표현한 것이 절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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