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봄

앵두의 계절

맑은 바람 2009. 6. 12. 12:08

 

 우리 동네 골목 이름이 <앵두나무길>이다.

그런데 처음 이사 와서 이집저집 기웃거려봐도 앵두나무가 보이질 않는다.

수십 년 전에는 필경 이 동네에 앵두나무가 많이 있었을 텐데--

종로 5가 나무시장에서  어린 앵두나무 하나를 가져다 심었다.

이제 10년 가까이 되니 가지가 제법 굵어지고 올해는 유난히 많은 가족을

거느려 보기에 흡족하다.

앵두나무를 볼 때마다 그 '우물가 정경'이 어땠을까 그려지곤 하는데--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 났네

물동이 호미 자루 나도 몰래 내던지고

말만 들은 서울로 누굴 찾아서

이쁜이도 금순이도 담봇짐을 쌌다네~"

(2009. 6. 12 금)

 

햇살 바람 잎사귀야, 고맙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벌레가 왔다갔구나

 

 저 흰 계단 오르내리며 앵두의 계절을 기다렸지

 

 비둘기에게도 참새에게도 몸보시하는 앵두 

 줄기야, 너도 고맙다

  

 그려봐!

  

 그늘도 익혀 주는구나

 

 혼자 여럿이

 

 맑다 못해 투명하구나

 

 맛 보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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