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봄

봄꽃들의 축제

맑은 바람 2010. 4. 2. 18:16

3월 들어 세 차례나 폭설이 내리고 겨우 봉오리를 맺은 꽃들을 동사시키며 꽃샘추위가 유난하더니 

봄은 왔으되 진짜 봄은 아직 내게 오지 않았다.  

며칠 전 화단에 낙엽진 활엽수들을 걷어내려고 창문 아래를 보니 오종종하게 제비꽃들이 장작더미 곁에 나 앉아 있다. 아직 추위를 두려워 하고 있는 듯한 표정들이다.

작년에 그토록 다투어 피어나던 꽃들이 잔뜩 긴장한 채로 꽃잎을 열지 못한다.

 

바람은 또 왜 이리 자꾸 불어대는지--

그래도, 오늘 엄니 아버지 산소에 머물며 형제들과 무궁화도 심고 잔디도 입히고 돌아오니 가슴 뿌듯하다. 인건비도 인건비지만 내 손으로 흙을 떠내고 심고 다지고 하는 일 속에서 그분들과 대화를 나눈 시간들이 무엇과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내일은 알맞게 비 내려 무궁화 뿌리 잘 내리고 잔디에 촉촉히 물 오르게 하소서.  (2010. 4. 3 토)

 

***작년 이맘 때의 화단 사진을 보며 꽃들의 방문을 간절히 기다린다.***

존재만으로도 가슴 설레게 하는 것들-몇 차례 뿌리고 간 봄비에 흙살들의 숨구멍이 열리고

바람을 동반한 봄볕에  땅 속에서, 나뭇가지에서 다투어 피어나는 꽃들--

 

 나날이 축제다.

제일 처음 얼굴을 내민 것은 보랏빛 작은 제비꽃들, 이어서 민들레가 고개를 들고 목련과 매화, 앵두꽃이 잇달아 피어난다.

 첫 손님 제비꽃

 

 해 바른 데 옹기종기~

 

 낙엽 이불을 제끼고 

 

 민들레 3형제

 

섬세함의 극치~

 

 목련은 올해 수난을 당했다.

티 없는 꽃을 찾아보았으나 이제 막 꽃이 벌어지는 것들조차 꽃잎이 약간씩 붉게 타버렸다.

날씨가 고르지 못하고 20도 가까이 오르기도 하다가 꽃샘추위가 찾아오고 해서 꽃들이 모두

상했나 보다.

 꽃잎들이 상했다.

 

 옥의 티

 

 여느 해와 달리 매화꽃이 유난히 많은 꽃송이를 달고 있어 뜰이 환하다.

그 아래 서면 달콤한 향내가 볼을 간지린다.

 토종 매화

 

 가지가 유난히 검은 게 멋스럽다

 

 조물주의 손길을 느낀다

 

 앵두는 꽃송이가 아주 작아 그 열매만큼 귀엽다. 그 뽀얀 살결이 청순한 젊음을 연상시킨다. 

 

 

 

 녀석들(우리집 견공)이 돌아다니며 거름을 잘 준 덕에 돌나물도 싱싱하다.

 

 늠름한 금강이

 

  마당의 꽃나무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슴을 짓누르는 근심 따위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마음에 잔잔한 평화의 물결이 인다.

가끔 작은 새들이 날아와 꽃잎도 따먹고 답례로 높은 음으로 한바탕 노래를 뽑고 사라지면

사위는 정적 속에 잠기고 꽃들은 연달아 꽃망울을 터트리며 축제의 봄을 노래한다.

 

                                                                                                2009. 4. 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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