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종로여행기 (1)
요새는 어디를 가도 지역주민이 쉴 만한 공간들이 잘 꾸며져 있어 마음만 먹으면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서 공원을 걷거나 작은 운동장에서 조깅을 하거나 정자 아래서 벗들과 담소를 나눌 수 있다. 나이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
“세상 참 좋아졌다.”
내게도 10년 넘도록 한결같이 사랑하여 찾아가는 곳이 있는데 바로 <와룡공원>이다.
아이들 놀이터와 운동 시설, 쉼터가 고루 갖추어진 공원인데 뭐니뭐니해도 산책길이 더할나위없이 아름답다.
수종도 다양해서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시시때때로 변하는 나무와 풀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 공원이 서울 성곽을 따라 조성되어 있어 지대가 높기 때문에 조망권도 압권이다. 눈 아래 명륜동 산동네와 창경궁이 내려다보이고 남으로는 서울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와 밤이면 멀리 북악스카이웨이의 가로등과 남산 전망대의 깜박거리는 불빛이 싸한 그리움의 정서를 자아낸다.
<와룡공원>으로 가는 길은 대체로 세 갈래가 있다.
하나는,
대학로(혜화역 1번 출구)에서 명륜동 행 8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바로 오른쪽으로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전에는 계단 출발점에 A4용지 크기의 판넬에 ‘노을계단’이라는 글씨 아래 연인이 나란히 노을을 바라보고 있는 그림이 걸려 있었는데 누군가가 계단 꼭대기에 옮겨다 놓았다. 그 그림을 그린 이는 필경 이름 없는 시인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115개의 계단을 한 발 한 발~
회양목길
85계단 올랐다-저 하얀 타일도 그분이 붙여 놓았겠지?
드디어 6개를 남겨놓고
'노을계단'이라 명명한 그분은 뉘실까?
오른쪽은 가파른 돌계단이, 왼쪽은 그늘진 흙길이~
성곽길로 오른다
성북동과 삼선교가 저만치에
<와룡공원>꼭대기 쉼터
또 하나는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와 성균관대학 후문 쪽으로 가는 마을버스 2번을 타고
성균관대학 후문에서 하차해서 2분 남짓 산책로를 따라 걸어 올라오면 하얀 글씨로 대문짝만하게 쓴 ‘와 룡 공 원’이라는 팻말을 만나게 된다. 거기서부터 공원으로 접어들면 된다. 공원 입구 오른편 아래쪽에는 음악이 나오는 화장실이 있어 문 근처에만 가도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누군지 선곡을 잘했다는 생각이 그곳에 들를 때마다 든다.
그 다음은 내가 사는 혜화동 골목길을 따라 경신중고등학교, 서울과학고 옆으로 해서 성곽길로 접어드는 경우인데 어느 곳으로 해서 오른다 해도 나름의 분위기가 있어 재미있다.
설령 옆에 말벗이 없다 해도 길가의 나무들과 작은 풀꽃과 볼을 스치는 바람과 어느 나뭇가지에선가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소리에 마음을 쏟다보면 일상의 잔 근심과 울적함이 구름 걷히듯 사라진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만끽하면 된다.
머잖아 와룡공원 주변에는 한옥이 수백 채 들어서고 테라스하우스가 지어진다니 그때쯤이면 이 한적했던 <와룡공원>도 서울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이겠지? (2011.5.24)
'국내여행 > 서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와룡공원>-걷고 싶은 길(혜화동에서 출발) (0) | 2011.05.25 |
---|---|
<와룡공원>-걷고 싶은 길 (안국역에서 출발) (0) | 2011.05.25 |
여유회의< 남산 벚꽃놀이> (0) | 2011.04.20 |
서울 성곽의 봄 (0) | 2011.04.15 |
운길산 <수종사> (0) | 2010.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