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골목 안 어느 음식점,
남도 음식으로 소문난 집에서 예닐곱 명의 친구들이
홍어전이며 삼합이며 굴비구이와 보리차에 물 만 밥을 맛나게 먹고 있었다.
그때 손가락 마디만한 까만 벌레가 하얀 벽에 나타났다.
벌레는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자신에게 꽂히는 시선을 의식하고 갑자기 멈춘다.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한다.
“얼른 잡아.”
“휴지 여기 있어.”
“아냐, 물수건으로 때려잡아.”
누군가 물수건을 내리쳐서 거뜬히(?) 살생을 한다.
비로소 안도의 한숨들을 쉬었다.
한 구석에서 그 광경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던 친구가 한 마디 했다.
“벌레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왜 난리들을 치고 죽이나?”
(2011.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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