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경기도

양평 나들이(3) 고구마 밭에서

맑은 바람 2011. 9. 28. 00:57

 

챙 넓은 모자에 햇빛 가리개용 마스크에 선글라스로 중무장(?)을 하고 장갑과 장화를 착용한 뒤 

호미를 들고 고구마 밭으로 들어간다. 한 가마라도 캘 것 같은 비장한 자세로.

사실 애시당초 변변한 일꾼은 하나도 없었다. 누구는 다리가 아프고 누구는 허리가, 누구는

발바닥이, 누구는 또 어디가-- 그런데도 고구마를 캐고야 말겠다는 전의에 불타서--

이교장이 앞서서 낫으로 고구마 잎과 줄기를 거둬 내면 우리는 뒤따라가며 호미로 흙을 파내기

시작한다.

흙 속에서 빠끔히 몸통을 내미는 선명한 자주빛 고구마를 캐내는 순간의 희열이란!!

농사의 기쁨을 제대로 알지는 못하지만 이런 순간들이 있어 농부들은 흙을 떠나지 못하나 보다.

 

                여기가 우리 일터 고구마밭~~

 

                  중무장한 여인들~

 

              햇빛을 등지고-등살에 비치는 햇빛이 따끈하다

 

 

 

줄줄이 딸려나온 고구마 식구들

 

           

             아직 고구마들이 덜 자랐다. 어린 것들아, 미안하다!

 

              작지만 단단하고 빛깔 좋은 호박-이건 내꺼!

 

                             이교장은  몇개 안 달린 밤을 턴다

 

 

                       탐스런 밤송이들

 

                     한 이랑을 다 캐고 두 번째이랑으로~

 

                무릎 아픈 줄도 모르고--

 

 

한 시간여 수확한 고구마를  가지고 갈 만큼 각자 가방에 넣는다.

이교장은 밤도 털어 몇 개씩 나누어 주며 내게는 호박 한 덩어리를 주었다.

된장찌개를 잘 먹는 우리 식구 식성을 어찌 꿰뚫어 보고--

 

수확의 계절 가을-

우리는 고구마와 밤과 우정을 수확하고 흔쾌한 마음으로 귀로에 올랐다.

(2011.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