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종로 나들이

맑은 바람 2012. 1. 8. 22:06

 

일요일 오전 1130<안국역> 5번 출구-세 쌍의 부부가 오랜만에 회동했다.

고교 동창생들의 남편 성이 팽, , -그래서 모임의 이름을 <팽양공>이라 했다.

고교 때 같은 클럽활동을 해서 다른 친구들에 비해 비교적 가깝게 지낸 사이기는 하지만 우연히도

경기도 고양시에 거의 비슷한 시기에 모여 살게 되어 그 참에 결성된 모임이니 햇수로 따지면 15년이 넘는다.

여자들 못지않게 남편들의 성격이 서로 잘 맞아서 오래도록 인연을 맺고 있다.

그동안 국내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녔다. 특히 섬으로의 여행을 많이 했다.

<장봉도>, <백령도>, <욕지도>, 최근에 <청산도><완도>까지--

 

티켓 예매 후 낙원동 <실버영화관> 근처의 <하누소>에서 갈비탕을 먹었다.

이제 완전히 현직에서 물러난 공박사가 점심을 냈다. 늘 넉넉한 마음으로 베풀기 좋아하는 분이다.

 

오늘은  구월이 오면을 보았다.

실버들의 젊은 날 로망이었던 록 허드슨, 산드라 디, 지나 롤로브리지다--등의 명배우들이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영화는 볼만한 것이 된다.

젊은이들의 아기자기한 사랑 얘기를 다룬 영화로, 이탈리아 사람과 미국인 사이의 문화적 특성에서 오는

여러 가지 마찰과 해프닝들로 깔깔거리고 웃다 보니 두 시간이 언제 지났는지 모르겠다.

 

오늘 모임의 끝 순서로 꼭 들리고 싶었던 곳은 경운동에 새로 생긴 실버카페<三嘉連亭: 세 가지(책과 차와 사람)

아름다움이 어울린 집>이다.

어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일요일은 문을 열지 않는다나.

아침에 확인 차 전화를 했더니 역시 받지 않는다. 무척 아쉬움을 안고 찻집 쪽으로 갔는데 이층에 불이 켜져

있는 게 아닌가? 그러면 그렇지~~

 

여유 있게 찻집 문을 열었다.

바리스타를 비롯해 운영자들은 분명 실버들인데 손님은 거의가 어린아이까지 동반한 젊은 여성들이다.

늙은이들은 본능적으로 노인을 멀리하고 싶어 한다. 그 이유야 한마디로 요약하기 어렵지만--

생크림을 듬뿍 얹은 카페 모카와 인사동 어디쯤에서 할머니가 직접 만들었다는 대추차를 주문했다.

운현궁이 건너다보이는 방, 손님이 적당히 있고 책이 있고 그리고 주문한 차가 맛있는 집. 

이만하면 후한 점수를 주어도 무방하다는 결론이다.

앞으로 안국동 쪽에 볼일이 생기면 <三嘉連亭>으로 와야겠다고 한 마디씩 한다.

 

<팽양공>의 해외여행을 위해 다달이 모은 돈이 제법 많아졌다.

이제 ‘4월이 오면우리도 이스탄불 거리를 활보하며 실버들의 봄을 만끽하려나~~

(2012.1.8. )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꽁초를 아무데나~  (0) 2012.01.21
어느 평범한 노인의 24시  (0) 2012.01.10
오라버니 생일날  (0) 2012.01.06
피로를 풀어주는 지압 6가지(퍼옴)  (0) 2011.12.28
화사모 <더 하모니> 참가  (0) 2011.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