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꽁초를 아무데나~

맑은 바람 2012. 1. 21. 12:57

 

누군가 지속적으로 담 밑에 꽁초를 버리고 있다.

처음엔 아들을 의심했다. 담배를 끊기 전에는 가끔 베란다에서 피우다가

담 너머로 던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들이 금연한 지 여러 달 되었건만 꽁초는 계속 발견된다.

오가는 사람이 버릴 확률보다 골목 안 사람이 대문 밖에 나와서 피우다가

던지고 들어갔을 확률이 높다.

 

몰래 숨었다가 현장을 목격했을 때 학생이면,

, 너 지금 뭐하는 거야?” 하고 뛰쳐나가서 귀퉁배기라도 쥐어박거나

어른이면

이봐요, 꽁초를 거기다 버리면 어떡해요?”하고 따지듯 묻고 싶지만,

나는 그래도 나잇살 먹은 사람답게 대처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궁리 끝에 A4용지에

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지 않는 게 사랑입니다.라는 글을 써서 붙여놓았다.

 

 

                        사실 내 글에다 험악한 낙서라도 하거나 심술 사납게 찢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염려도 했다.

그러나 이럴 때 떠오르는 말-

구더기 무서우면 장 못 담가.’

 

오늘이 삼 일짼데 신기하게도 꽁초가 하나도 눈에 띄지 않는다.

꽁초 씨가 내 마음을 읽기는 읽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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