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정말 아주 특별한 공간처럼 생각되었다.
어떻게 60여 명의 사람들이 4시간 동안 거의 꼼짝 않고 교실 반만한 공간에서 말 한 마디
없이 앉아 있느냐 말이다. 물론 중간에 선생님께서 15분간의 휴식 시간을 주긴 했지만 그대로 진행한다
해도 충분히 ‘그린 듯이’ 앉아 있을 사람들이다.
허리 아픈 사람도 다리 저린 사람도, 빈뇨증인 사람도 없는 모양이다.
아무튼 대단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어제 만난 유선생님으로부터 서초구민회관에서 매주 토요일 <클래식음악 감상교실>이 열린단 얘길 듣고
오늘 그곳을 찾았다.
정문은 안으로 굳게 걸려 있고 왼쪽으로 난 유리문 위에 ‘음악감상실’이라는 글씨가 보였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여러 사람이 웅성거리고 있었고 어서 들어오라고 한다. 얼핏 보기에 60대 안팎의 영 실버들-
오후 2시가 가까워 오자 홀 안은 60여석이 꽉 찬다.
잠시 후 머리는 희끗하지만 키가 홀쩍 하고 군살이 없어 젊어 보이는 선생님이 들어와 조용히 장내 정리를 한다. 유인물까지 나눠주고 오늘 수업 안내를 한다.
마스네의 오페라 <베르테르> 전 4막, 2시간 40분, 2010년 1월 공연 작품
파리국립오페라단/ 바스티유극장
베르테르역: 요나스 카프만,
샤를로트역: 소피 코어
전반부 2 시간가량은 연신 하품이 나오고 몸이 뒤틀려 ‘쉬는 시간에 그냥 가버릴까’ 생각했다.
그러나 두 시간 후 20분 휴식시간 동안 빵도 먹고 김밥도 먹고 차도 한 잔 마시니 기분이 한결 가벼워져서
맘이 바뀌었다. 후반부 1시간 반 가량은 견딜 만했다.
4막 권총자살하는 베르테르와 샤를로트의 마지막 장면
누가 붙잡아다 앉혀 놓은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수업료가 있어서 본전 생각이 나는 것도 아니고 순전히
제 스스로 선택한 시간과 공간인데 이렇게 힘들어 하다니--
그러나 내가 여기서 ‘내 클래식 음악 수준은 요기까지야~’하고 일어났더라면 난 그저 늘 클래식 언저리에서나
맴도는 얄팍한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작품 한 편을 두 시간 이상 앉아서 감상하는 인내심이 생길 때, 그러면서 음악이 정말 들을 만하다고
만족감을 느낄 때 나는 한 단계 업 될 수 있다.
오늘 고비를 살짝 넘긴 것 같다.
수고했다, 맑은 바람아! 2012.2.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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