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예찬
-한용운-
매화를 반가이 만나려거든
그대여, 눈 쌓인 강촌(江村)으로 오게
저렇게 얼음 같은 뼈대이거니
전생(前生)에는 백옥(白玉)의 넋이었던가.
낮에 보면 낮대로 기이한 모습,
밤이라 그 마음이야 어두워지랴.
긴 바람 피리 타고 멀리 번지고
따스한 날 선방(禪房)으로 스미는 향기!
매화로 하여 봄인데도 시구에는 냉기 어리고
따스한 술잔 들며 긴긴 밤 새우는 것.
하이얀 꽃잎 언제나 달빛을 띠고
붉은 그것 아침 햇살 바라보는 듯
그윽한 선비 있어 사랑하노니
날씨가 차갑다 문을 닫으랴.
강남의 어지러운 다소의 일은
아예, 매화에겐 말하지 말라.
세상에 지기(知己)가 어디 흔한가.
매화를 상대하여 이 밤 취하리.
'풀꽃나무 이야기 > 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란의 계절 (0) | 2013.05.16 |
---|---|
금낭화의 계절 (0) | 2012.04.25 |
또 한 송이의 나의 모란 (0) | 2012.04.13 |
팝콘나무-목련의 계절 (0) | 2012.04.12 |
모란이 피기까지는 (0) | 2011.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