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먼 길에서 돌아와 보니
영산홍은 절정을 넘어서고
백모란의 계절이 왔다
10년 전 널 처음 봤을 때
이름도 알 수 없는 잎과 가지만 삐쭉 서 있길래
내년에 아무 꽃도 피워내지 못하면 뽑아 버리리~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더니
이듬해 네게서 뽀얗고 고운 꽃 몇 송이 피워내서 깜짝 놀랐지,
마침내 이 오월, 오십 송이가 넘는 꽃들이 뜰을 환히 밝히는구나!
고맙다, 부귀영화의 꽃이여~
이 뜰과 널 바라보는 모든 이에게도 부귀영화를 나누어 주렴
진정한 부자는 마음이 넉넉한 사람
진정 귀한 사람은 뭇 생명을 사랑하여 베풀 줄 아는 사람
영화를 누리는 자는 바로 '오늘을 즐기는 사람'-카르페 디엠!
영혼을 맑게 지켜서 얼굴에서 빛이 나는 사람, 너 하얀 모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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