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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우종영

맑은 바람 2012. 6. 17. 21:55

우종영의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를 독파했다.

빌려온 책이라 부지런히 보았다.

 

꽃나무 이야기중 내 시선을 멈추게 한 것들-

**명자 열매 향기-와룡공원에 가거든 다시 잘 살펴보아야겠다.

**노간주나무-척박한 곳에 뿌리를 내리는 억척스러운 나무, 왠지 끌린다.

**사위질빵-꽃향기가 좋다고? 관상용으로 심어도 된단다.

     주위에 하도 흔한 꽃이라 향기를 맡아볼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젓나무-광릉수목원 앞길, 월정사 옆길에 있는 나무. 글쓴이는 젓나무를 나무 중의 나무라 했다.

    곧게 위를 향해 뻗어나가면서도 나무와 나무 사이의 거리를 알맞게 두어 바람에 쓰러지지 않는, 곧음과     더불어 사는 삶을 아는 나무라고--

**시로미-제주도 한라산에서만 자람. 한 뼘 크기밖에 되지 않으나 그 열매의 맛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긴다.

**점봉산- 그는 끝 날에 점봉산에 뼛가루를 묻고 싶다고 했다. 어디 있는 걸까?

 

그의 말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 게 더 많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할 때 비로소 인생을 아는 것

 

-가진 것 때문에 고통을 받더라도 버리면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무리하게 많은 것들을 움켜쥐고

사는 것, 아마도 그것은 우리들 삶의 보편적인 모습일 게다.

 

-이제 나는 하늘을 당당하게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가슴 아프게 하늘의 별을 잃은 대신 땅의 별(그는 나무를 '땅의 별'이라 했다.)을 얻었고 그로 인해 한때 뒷걸음질쳤던 내 삶이 제 궤도를 찾았기 때문이다.

 

이이는 어쩌면 이렇게 물 흐르듯자연스럽게 글을 쓸까?

作家라는 이름표도 달지 않았는데-‘自然人이라 매사가 자연스러워서 그런가?

일부러 꾸미려하지 않고

유식한 척 하지 않고

뭔가 코에 걸어야겠다는 의식도 하지 않으니까?

글 속에서, 딸이 아버지를 따라 책을 많이 읽었다는 내용으로 미루어

그의 숨은 독서의 힘이 아닐까 한다.

 

<인용시>

 

박노해

-해거리-

 

그해 가을이 다습게 익어가도

우리 집 감나무는 허전했다

이웃집엔 발갛게 익은 감들이

가지가 휘어질 듯 탐스러운데

 

학교에서 돌아온 허기진 나는

밭일하는 어머님을 찾아가 징징거렸다

왜 우리 감나무만 감이 안 열린당가

 

응 해거리하는 중이란다

감나무도 산목숨이어서

작년에 뿌리가 너무 힘을 많이 써부러서

올해는 꽃도 열매도 피우지 않고

시방 뿌리 힘을 키우는 중이란다

해거리할 땐 위를 쳐다보지 말고

발 아래를 지켜봐야 하는 법이란다

 

그해 가을이 다 가도록 나는

위를 쳐다보며 더는 징징대지 않았다

땅속의 뿌리가 들으라고 나무 밑에 엎드려서

나무야 심내라 나무야 심내라

땅심아 들어라 땅심아 들어라

배고픈 만큼 소리치곤 했다

 

어머님은 가을걷이를 마치신 후

감나무 주위를 파고 퇴비를 묻어주며 성호를 그으셨다

 

꽃과 열매를 보려거든 먼저

허리 굽혀 땅심과 뿌리를 보살펴야 하는 거라며

 

정직하게 해거리를 잘 사는 게

미래 희망을 키우는 유일한 길이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