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전라도

함씨’들의 <金鰲島 비렁길>

맑은 바람 2013. 5. 9. 02:01

 

 

麗水 신기항에서 배로 30여분 거리에 금오도라는 섬이 있다.

옛 선조들이 다니던 길을 최근에 둘레길로 다듬어 놓은 곳이 바로 <금오도 비렁길(‘벼랑길의 사투리)>이다.

목적지가 정해지면 한 잎은 버스표 예약하고 또 한 잎은 목적지의 숙박 장소와 식당을 알아놓는다. 셋째 잎은 경비 담당, 넷째 잎은 분위기 메이커’-이렇게 각자의 할 일을 이행하며 여행 길에 오르면 별 잡음 없이 순조롭고 여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일단 부엌에서 벗어나 남이 해준 밥을 먹는 동안은 편하고 즐겁다.

물론 매 끼 사먹으며 돌아다니다 여행이 끝날 무렵이면 내 집 밥이 제일 맛있다는 걸 깨닫곤 하지만--

 

애초의 목표는 비렁길 5코스 18.5km를 다 걷는 것이었으나 아, 우리가 예순 다섯이라는 숫자를 깜빡했다. 우리는 쉬엄쉬엄 3코스까지 12km7시간 동안 걸었다.

 

五月薰風은 짭조름한 바다냄새를 실어와

볼을 간질이고

地中海 물빛이 저보다 더 고우랴 싶게

비렁길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는

옥빛으로 찰랑대었다.

 

     여수 신기항-금오도 여천항을 오가는 페리

 

여행이 순조롭기만 하면 무슨 재미냐는 듯이 초장부터 말썽이 생겼다.

배낭에 짐을 챙기고 메 보니 묵직해서 무릎이 시큰했다. 바퀴를 굴리는 게 낫겠다 싶어 작은 트렁크에 짐을 옮겨 싣고 출발했다.

1코스 앞에서 마을 주민 한 분이 내 트렁크를 보더니 그걸 끌고 가려느냐고 어처구니없는 듯 바라본다. ‘해안길인데 뭐 힘들라구?’ 하며 제주도 해안도로를 생각했다.

그러나 비렁길은 그게 아니었다. 문자 그대로 자갈밭이었다. 십자가를 지듯, 감내해야 할 내 삶의 무게를 견디듯 1코스 5km를 어찌어찌 끌고 가서는 2코스 출발지점에서 저녁에 묵을 숙소로 짐을 보냈다. 날아갈 듯하다는 말, 무슨 말인지 실감했다.

 

 

   금오도 여천마을

 

 

                                        트렁크 수난

 

 점심밥이 담긴 스치로폴 박스-못 말리는 함씨들!!

 

  <미역널방>-바람이 좋아 이곳에 미역을 널어 말렸다고 한다.

 

 지천에 재배 중인 방풍나물

 

         아늑한 풍경

 

    방목하는 염소

 

  <신선대>에서

 

           비렁길 1

 

비렁길2

 

 

      따끈한 밥과 우거지국, 나물들-들고온 보람이 있었다.

 

 

       자라가 뿜어내는 약수, 달다

 

         싱아와 나비

 

 찔레꽃 덤불

 

 마을마다 오래된 해송들이 많다.

 

그런데 진짜 事端3코스였다.

3코스는 작은 산을 넘어가는 것인데 동백 숲이 울창해서 낮에도 컴컴했다.

걷는 사람이 우리 말고는 눈에 띄지 않았다. 게다가 전날 3코스에서 젊은 남자가 실종되었다고 한다. 29세의 한국계 프랑스 청년인데 금오도 외갓집에 왔다가 해안 절벽에서 사라졌다고- 오는 도중에 보니 절벽 아래에서 해안 경비정 두 척이 실종자 수색을 벌이고 있었다.

앞서 출발했던 큰애 둘이 보이지 않는다.

3코스는 룰루랄라 하며 걷자고 약속해 놓고는-

뒤처진 작은애 둘이는 사진도 찍고 쉬멍놀멍 가니 앞 사람들과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3코스가 끝나는 <학동마을>이 보일 때쯤에야 우리를 기다리는 두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어두컴컴한 숲길이 섬뜩하고 무서워 뛰듯이 숲길을 빠져나왔단다.

몸도 맘도 지치고 후줄근해져서 4,5코스는 나중을 기약하고 숙소를 향했다.

 

 

 이름 모를 야생화

 

  병아리떼 같은 풀

 

    청년이 사라진 <바람통 전망대>수색 중인 배가 보인다

 

 다도해의 섬들

 

       무리하지마~~ 3코스까지 비렁길 산책을 끝냈다.

 

여수 중앙시장 부근의 식당

 

 밑반찬이 맛있고 식당주인 3부자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삼치회가 먹음직스럽다.

 

새벽 잠결에 들려오는 소리-

돌아누울 때마다 아구구구-하는 신음 소리,

단잠에 빠져 드르렁 쿨쿨 코고는 소리,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얌전히 자는 친구-

그들이 내는 불협화음을 자장가 삼아 다시 잠속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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