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봄

매화꽃 피다

맑은 바람 2012. 4. 13. 22:06

                            

        

                                                                       매화예찬      

-한용운-

 

매화를 반가이 만나려거든

그대여, 눈 쌓인 강촌(江村)으로 오게

저렇게 얼음 같은 뼈대이거니

전생(前生)에는 백옥(白玉)의 넋이었던가.

 

낮에 보면 낮대로 기이한 모습,

밤이라 그 마음이야 어두워지랴.

긴 바람 피리 타고 멀리 번지고

따스한 날 선방(禪房)으로 스미는 향기!

 

매화로 하여 봄인데도 시구에는 냉기 어리고

따스한 술잔 들며 긴긴 밤 새우는 것.

하이얀 꽃잎 언제나 달빛을 띠고

붉은 그것 아침 햇살 바라보는 듯

 

 

그윽한 선비 있어 사랑하노니

날씨가 차갑다 문을 닫으랴.

강남의 어지러운 다소의 일은

아예, 매화에겐 말하지 말라.

 

 

세상에 지기(知己)가 어디 흔한가.

매화를 상대하여 이 밤 취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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