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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부석사 관음상의 눈물>을 읽고

맑은 바람 2015. 10. 14. 22:55

지난 달 말 <서산문화복지센터>에서 조촐한 출판기념 강연회가 열렸다.

<서산부석사 관음상의 눈물>

여성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튀니지 대사를 역임하고 현재 중원대 초빙교수이기도한 김경임 교수의

세 번째 역작이다.

저자는 약탈 문화재 관련 저서로 <클레오파트라의 바늘> <사라진 몽유도원도를 찾아서>를 출간하고

이번에 역시 약탈문화재로, 복잡한 사연으로 고국에 돌아와 있는 서산 부석사의 고려관음보살좌상에 관한 책을

펴낸 것이다.

 

서산의 有志人士들과 부석사 주지스님이 축사를 하고 저자의 본격적인 강연이 시작되었다.

객석이 꽉 차진 않았으나 지역 인사들과 서산의 張三李四들을 긴장 속에 압도하는 힘찬 강연이었다.

소중한 국가문화재인 부석사 관음상이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야 하는, 반환의 당위성에 대해 여러 가지 증거자료를

제시하며 熱講하는 모습에 모두들 감탄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저자의 강연을 들으며 관음상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우리 각자가 할 일이 무엇인가 잠시 생각해 보았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의미 있는 자리에 그 흔한 기자 한 사람 없어 波長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이다.

다행히 서산 국회의원이 검사 출신이라, 관음상 반환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는 과정에 力量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전반부는 약탈당한 고려문화재 부석사 관음보살좌상에 관한 것이고, 후반부는 대마도 왜구이야기다.

약탈문화재 이야기를 읽어 나가노라면 허약해진 고려 말의 무능한 왕권에 분이 차오르고 남의 땅을 짓밟고 분탕질을

일삼았던 왜구들의 소행에 치가 떨린다.

그 와중에 국가의 소중한 문화재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앉아서 도둑맞은 꼴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불쑥 고려 말 불상 하나가 수면으로 떠오른 것은 왜구의 소행으로 사라진 문화재가 우리나라 문화재 도둑들에

의해 고국으로 돌아와 우리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문화재 도둑들은 법에 의해 엄정한 심판을 받아 옥고를 치르고 있지만 돌아와야 할 자리에 와있는 불상은 양국의

알력 속에 솔로몬의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불상이 약탈된 것임을 입증할 만한 근거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고려사>와 일본인학자들의 기록을 종합하면 왜구가 서산을 침구하였던 13759월부터 13819월 사이에

고노라는 왜구가 부석사에서 불상을 약탈하여 대마도로 가져가 그의 근거지인 고즈나에 보관해오다 1526년 그의 후손인 고노 모리치카가 고즈나에 사찰을 열고 부석사 불상을 봉안하며 사찰이름을 관음사로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088

 

개인적으로 그 불상이 꼭 돌아왔으면 하는 열망의 이유 중의 하나는 그 불상은 권력자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름 없는 민초들의 호국 정신의 소산이었다는 것이다.

불상반환의 결정적인 걸림돌은,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은 한일양국이 1945815일 이전에 발생한 양국 및 의 모든 청구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093

 

그러나 해외 여러 나라들의 사례를 들어가며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불법문화재의 반환은 의무적 반환이며 자발적 조치가 아니다.

-부석사 불법점유가 확인될 경우, 청구권 협정과는 관련 없이 이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094

 

후반부의 대마도 이야기또한 무척 흥미롭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대마도에 대해 가졌던 생각은, 부산에서 지척에 있어 아무 때고 갈 수 있는 곳으로 왕년에 왜구의

소굴로 일본적인 특색도 없고 별 매력을 못 느끼는 일본땅이다.

그러나 저자는 한반도와 대마도의 1000년 역사를 펼쳐 보인다.

 

-대마도에 관한 일본 최초기록은 712년 편찬된 일본 최초의 역사서 <古事記>로서 쓰시마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131

-현재 대마도에 관한 한국 측 최초의 기록은 12세기 <삼국사기>인데 <신라본기>을 인용하여 대마도라고 기록하고

있다.-132

 

일본 열도의 서쪽을 방위하는 변방의 요새로서의 대마도는 신라-고려-조선을 상대로 때로는 침략자로서 때로는 화친의 선봉으로서 역할을 맡으며 한반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속해 왔다.

약탈, 방화, 살인을 일삼았던 신라, 고려 때의 왜구들, 임진왜란으로 전 국토를 초토화시켰던조선 때의 임진왜란,

그 후 조선의 대마도 무마책으로 행해진 문위행’, ‘조선통신사 이야기’ ‘조선의 마지막 왕녀 덕혜옹주와 대마도

마지막 번주의 조카와의 결혼 이야기는 흥미로운 한편 오늘날의 한일관계가 삐거덕거리는 것이 하루 이틀 전의

일이 아님을, 화해의 길이 요원함을 느끼게 하며 가슴이 뻐근해진다.

그러나 저자와 우리국민은 한때 나라의 기운이 쇠하여 내것을 지켜내지 못하고 빼앗겼으나 이제는 다시 우리품에

들어온 부석사관음보살좌상을 다시는 내어주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