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는 친구가 두보의 시 한 편을 카페에 띄우고 그 번역문을 읽고 싶다고 했다.
그 글을 읽으면서 어쩐지
‘아, 이건 내가 풀어야 할 숙제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꽂이에서 이백과 두보를 다룬 책제목을 찾아보았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봄에 아래층으로 이사(?)올 때 먼지 쌓이고 곰팡내 나는 책들을 한 무더기 버렸는데 그 속에 들었나 보다.
혹, 다방면에 호기심이 많은 친구가 답을 해 줄 수도 있겠거니 했는데 그 친구도 여기저기 인터넷 검색을 해보다가 답을 얻지 못했으리라.
요즘 공연히 분주해서 책을 사봤자 한가로이 펼칠 겨를이 없을 것 같아, 서점에 가서 카피나 해야지 하고 광교 영풍문고로 갔다. 唐詩 작품이 많기는 해도 ‘설날 종무에게’는 없다.
다시 광화문 교보문고로 가 보았다.
그 산더미같이 많은 책 속에 역시 ‘종무에게’는 없었다.
결국 반디앤 루니스에 인터넷 주문을 했다.
오늘 책이 도착했다.
<지식을 만드는 지식>이란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다.
이 출판사는 ‘인류의 遺産으로 남을 만한 작품’만을 선정해서 발간한다.
후다닥 펼치니 160쪽에 ‘설날 종무에게’가 나온다.
보고 싶었던 친구를 만난 듯 얼마나 반가운지--
元日示宗武(杜甫 唐诗)
설날 종무에게
너는 우는구나, 내 손이 떨려서
나는 웃는다, 네가 자란 것 보고
곳곳에서 새해를 맞이하는데
아득히 먼 타향에 묶여 있구나.
떠도는 신세라도 초백주는 마셔야지
쇠약해 병든 몸엔 명아주 침상뿐
푸른 옷깃의 아이를 가르치고 있지만
흰머리의 낭관, 이름이 부끄럽다
시를 짓다가도 붓을 떨어뜨리고
장수를 기원하며 다시 술잔을 든다
강동에 있는 동생을 보지 못해
소리 높여 노래해도 몇 줄기 눈물
*** 두보 57세(768년) 새해 설날 기주에서 지음.
*초백주: 산초 열매와 잣을 넣고 빚어 설에 마시는 술
*푸른 옷깃의 아이:靑衿子. 학생을 뜻하고 여기서는 아들 宗武를 가리킴
*郎官:두보가 엄무의 막부에서 지낸 공부원외랑의 직책을 가리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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