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몰타 유학기

몰타 제 23일 <Golden Bay >

맑은 바람 2016. 11. 23. 05:01

새벽에 두리(우리집 愛犬) 꿈을 꾸었다.

엄마, 나두고 어디갔느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운다.

그럴 리가 있냐며 달려가서 꼭 안아 주었다.

약간 말랐으나 눈망울이 여전히 또렷하다.

 

두리가 죽을라나?

눈물이 좍 흐른다.

여행 떠나올 때 가장 맘에 걸렸던 놈이다.

눈도 안 보이고 다리도 힘이 없어 잘 걷지도 못했지만 틈만 나면 방안을 뺑뺑 돌며 건강괸리를 하더만~

아들메느리에게 짐이 될 게 뻔해서 내 품에서 가기를 바랬는데~

 

아들이 관리하기 힘드니까, 욕조 안에 넣어두었다는 문자를 보고 요양병원에 갇힌 사람들이 생각났다.

운동을 제대로 못하니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똥오줌 못가리다 급기야는 품위고 뭐고 다 잃고 세상을 뜨는~

두리는 18년을 살았으니 인간 나이로 치면 100세 장수를 한 셈이다.

그러나  그 오랜 세월 동안 가족들과 정을 나눈 인연을 생각하니 자꾸 눈물이 난다.

대니가 보면 아침부터 청승떤다고 하겠다.

 

점심엔 떡국을 끓여 먹었다.

대니왈, 35유로짜리 식단이란다.

사실 우리는 아직 20유로 이상의 몰타의 고급요리는 먹어본 적이 없다.

 

오늘 오후엔 수업시간에 공부한 거 정리나 해둘까 생각하고 있는데 정보의 여왕 제니가 들이닥친다.

 

<골든베이>가 좋다는데 가보자고~

뭐, 계획 같은 건 순간에 날아가고 225번 버스를 탔다.

늘 가던 방향과 반대쪽으로 갔다.

성바울이 난파당했다는 곳과 거리가 멀지 않은 것 같다.

한쪽엔 해가 쨍한데 버스 창 위로 비가 주르르 흘러내린다.

바다쪽에선 무지개가 떴다. 몰타에서 자주 만나는 일이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자연현상이 경이로울 뿐이다.

 

35분만에 <Golden Bay> 입간판이 보이는 곳에서 하차.

이게 웬일!

해변엔 수영객들이 물속을 드나들고 한편에선 썬텐을 즐기고 있었다. 11월도 하순에 접어든 때에~

 

수영복이 없으니 발이나 담글까?

짠물에 발샤워를 충분히 했다.

나홀로 여행객 사진을 찍어주고 버밍엄에서 온 여인들과 함께 사진도 찍었다.

 

일몰을 담고 싶었으나 두터운 구름층이 해를 가린 채 딱 버티고 있었다.

무슨 재간으로 저 구름을 치우랴~~

제풀에 물러나 발길을 돌리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