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몰타 유학기

몰타 32일째 < Level up test>

맑은 바람 2016. 12. 2. 01:59

어제 오늘 연이틀 테스트를 받았다.

입학 4주 만에 실시하는 레벨 업 테스트~

 

어제 필기 시험은 중 1 수준이니까

수업 중 배운 내용만 잘 기억한다면 실수로 서너 개 틀리면 모를까 문제될 게 없었다.

그러나 이곳에 오는 날부터 최대의 난관은 '스피킹'이다.

한국 영어교육의 장단점이 그대로 내게서 드러난다.

 

'쓸 줄은 아는데 말을 못한다?'

어제 시험에서 80점이상을 얻은 사람들만 오늘 스피킹 테스트를 받았다.

엊저녁에 3쪽 분량의 문장을 만들어 얼추 외웠다.

오늘 테레사선생 앞에서 발표할 양으로~

 

여기 몰타사람이나 다른 나라에서 유학온 애들은 한국에 대해 아는 게 전무하다시피했다.

그래서 한국 피알 좀 하려고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 삼성모바일, 현대차, 유엔사무총장 이름까지 대가며 외워 둔 것을 간신히 끌어냈다. 나를 끝으로 말하기시험은 끝났다.

그때 테레사는 웃으며 쪽지 한 장씩을 건네준다. 이미 준비해온 쪽지에는 새로 편성된 교실 번호와 담임이름이 적혀 있었다.  스피킹은 점수에 반영되지 않는 것이었다! !

 

테레사선생은 아이들 사이에 엄격한 사람으로 소문이 나 있다.

수업시간에 모바일 들고 딴짓하는 게 눈에 띄면 당장 압수다.

무단결석으로 경고 먹을 때쯤 되면 불려가서 치도곤을 당한다고 한다.

 

그런데 스피킹테스트할 때 그녀는 부드러운 인상으로 화제를 이끌어가는 솜씨가 유연했다.

사람은 도대체 몇 개의 얼굴을 가지고 사는 걸까?

 

초반에 뭐가 뭔지 모를 땐 발등의 불끄기 바빠서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한 달이 되니 학생들 성격도 감지되고 이쁜 놈 미운 놈도 생기고 선생님 실수도 보였다.

타성에 젖기 시작하는 조짐이다.

경계할 일이다.

 

며칠 전부터 바로 위에서 요란한 음악이 밤늦도록 들려온다.

이탈리아에서 친구들끼리 어학 연수를 온 모양이다. 부모 곁을 떠나 얼마나 홀가분하고 신나겠는가?

그렇더라도 아래층 노인들에게는 지속적으로 방안이 쿵쿵 울리는 음악소리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사무실에 이야기했더니 한두 번 자제를 시키는 모양인데 잠시 주춤하다가 또 틀어댄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오늘 대니가 사무실에 가서 대책을 세워달라고 좀 날선 소리를 했더니 바로 연락이 왔다.

방을 옮기란다.

3층 맨 끝방이다.

짐을 옮기기 전에 미리 올라가 봤다.

웃음이 절로 났다.

방도 거실도 전보다 두 배쯤 크고 남향에다 시야가 탁 트여 하늘이 통째로 들어온다.


'윗방 도깨비들'이 금방망이를 휘둘렀나 보다. 

전화위복, 새옹지마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도깨비들아,

자네들 덕분에 별장 하나 얻었다.

자네들이 우리 결혼기념일(12월 1일) 선물 제대로 했구나.

오늘은 아랫층이 비었으니 맘껏 쿵쾅거려라!

 

 방에서 바라본 야경들


 이레이너 선생님과 아이들-

셀카찍는 안나는 스페인 아가씨, 내 옆의 청년은 터키에서온 '에게'(내게 무척 친절하다.)


다음 주엔 뿔뿔이 흩어진다.